옐런 “미·중 관계 초강대국 충돌 아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9일 “미·중은 책임 있게 관계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나는 미·중 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함께)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했다. 이 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외교 구상인 ‘신형대국관계(미·중이 상대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원칙)’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옐런은 이날 나흘 동안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베이징의 주중 미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지난 6일 베이징에 도착해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 당 위원회 서기 등과 잇달아 회담했다.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새로 구축된 경제 진용과 ‘상견례’를 한 셈이다. 옐런은 회견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공급망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디커플링은 (미·중)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실행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옐런이 ‘덕담’으로 방중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관계 개선의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옐런은 이에 “미·중 간 중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며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방중 기간 논의한 의제엔 지식재산권 문제와 시장 논리에서 벗어난 중국의 정책이 포함됐다며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미 기업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에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고 했다. 지난 5월 중국이 미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에 가한 제재 등을 비판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전쟁 관련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제재를 회피하도록 돕지 않는 것이 필수”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허리펑 부총리는 8일 옐런과 한 회담에서 “불행하게도 ‘비행선’을 포함한 예상치 못한 사건들 때문에 (2022년 11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합의 이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미·중 관계 악화의 원인 중 하나인, 미국에 출몰한 중국의 ‘정찰 풍선’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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