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푸틴, 독재의 길로
1991년 7월 10일, 러시아의 대통령 보리스 옐친이 취임했다. 냉전의 종식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러시아 역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이 태어났다.
옐친의 취임 이전 러시아의 정치적 지도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었다. 1989년 냉전 종식 선언을 한 고르바초프는 그때까지 공산당 일당 독재이던 정치 체제를 사회민주주의로 바꾸고 이듬해 간접선거를 통해 소련의 서기장에서 대통령으로 직책을 바꿨다.
러시아는 소련에서 벗어나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겠다며 1991년 6월 12일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이때 57% 득표율로 옐친이 당선됐다. 취임 다음 달 일어난 쿠데타는 옐친의 인기를 오히려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개혁 개방에 반발한 보수 강경파가 일으킨 쿠데타를 옐친이 나서 저지한 것이다. 옐친은 ‘러시아 민주주의의 영웅’으로 불렸다. 소련은 힘을 잃어 같은 해 12월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옐친은 1999년 12월까지 재임했다. 그 기간 ‘무능한 독선의 지도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가 주도한 서구식 시장경제가 실패로 돌아가며 러시아 경제 사정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 등 위기를 겪었고, 이듬해 12월 잔여 임기를 6개월 앞둔 시점에 후계자 양성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전격 사임했다. 이때 그가 후계자로 권력을 넘겨준 이가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다. 푸틴은 대통령 권한 대행에 이어 2000년 5월 대통령에 오른 후 이후 사실상 러시아의 지도자로 23여 년간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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