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노래방서 100번 부른 노래… 마지막 아닌 시작입니다
수상자 소감
진심어린 노래는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온다. 어르신들이 한바탕 쏟아낸 곡조에는 긴 세월 쌓인 한과 신명이 녹아 있었다. 대한노인회강원특별자치도연합회(회장 이건실)와 강원도민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강원특별자치도 경로당광역지원센터와 대한노인회 원주시지회가 공동 주관한 ‘제2회 강원특별자치도 경로당 실버트롯 경연대회’는 지난 6일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감동의 눈물과 기분좋은 탄성 속에 진행됐다. 오랜 세월 감춰왔던 어르신들의 노래 속에는 삶의 향기도 묻어나왔다. 객석을 가득 채운 경로당 회원들과 가족 등 관객 800여명이 참가자 모두에게 전한 애정어린 응원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였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쟁쟁한 실력자들이 겨룬 본선 무대에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어르신 가수 6명을 소개한다.
“아내 위한 곡 부르며 눈물 왈칵”
■ 최우수상-김종선(74·화천 상서면 다목1리 경로당)
우승자의 실력은 듣는 순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종선 씨가 중후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부르자 객석의 ‘떼창’이 흘러나왔다. 김씨는 젊은이들이 찾는 코인노래방을 찾아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는 귀로만 연습했는데 악보를 봤던 것이 실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됐다. 같은 노래를 100번 정도 부른 것 같다”고 했다. 33년간 부사관으로 군생활을 한 김씨의 젊은 시절 꿈에는 가수도 있었다. 평소에는 자신의 차량이 노래를 부르는 무대다. 김종선 씨는 선곡 배경에 대한 사연도 밝혔다. 그는 “사실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곡이었다. 그런데 예선에서 눈물이 왈칵 나오는 바람에 아내보고 원주 본선 현장에는 오지 말라고 했었다”며 “몰래 응원왔다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웃었다. 이어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 같다. 다양한 무대에서 노래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어떻게 하면 호흡을 길게 이어갈지 벌써부터 고민된다”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 이어 옛 꿈 이뤄”
■ 우수상-김소영(78·춘천 효자동 비봉경로당)
지난 해 전국노래자랑 춘천편 대상에 이어 전국 연말 결선까지 진출하며 이름을 날린 김소영 씨는 이번 경연에서 백설희의 ‘물새우는 강언덕’을 깊은 목소리로 가창해 울림을 줬다. 이미 지역에서는 소문난 ‘무대 체질’의 가수다. 지난해 춘천연극제 연극아카데미에서 최고령임에도 열정적 에너지로 시선을 모았고, 2020년 소소아마추어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김씨는 “18세부터 품었던 가수의 꿈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자신감이 붙어 이번 대회도 출전하게 됐다”며 “꾸준한 노래봉사 덕에 실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사는 아파트에는 경로당이 없지만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비봉경로당 명예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경로당 식구들과 식사하며 기쁨을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농막 노래방에서 진짜 무대로 ”
■ 우수상-김장근(69·횡성 서원면 압곡경로당)
배호의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으로 박수 갈채를 받은 김장근씨의 무대 경력은 놀랍게도 올해가 처음이다. 채소농사를 겸하면서 식당(칠봉산 가든)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에게 노래는 취미였다. 그가 늘 곁에 두고 노래했던 농막이 노래방 기계 대신 실제 무대 위에서 여러 관객을 앞에 두고 노래한 경험은 올 봄이 처음이었다. 지난 4월 횡성 서원면민 체육대회에서 처음 무대에 섰고, 5월 횡성 어르신 노래자랑 수상을 거쳐 이번 경연까지 단 3번의 무대만에 입상의 영광을 안았다. 예선에서 부른 애창곡은 따로 있었지만 출전곡 겹치기를 피하기 위해 본선 경연 곡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도 여유있는 가창실력으로 호평받았다. 김씨는 “취미로 즐기던 노래를 올해 처음 다른 분들 앞에서 불렀는데 상까지 받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무대를 가질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포크·가곡·트로트 모두 도전”
■장려상-심명섭(75·속초 금호동 경로당)
평소 통기타를 들고 포크송을 불러왔던 심명섭씨는 이번 경연에서 설운도의 ‘다시 한 번만’을 통해 처음 트로트에 도전했다. 금호동 경로당 회장인 그는 “트로트가 이렇게 미세하고 어려운 줄 몰랐다”고 했다. 젊은 시절 생활용품 도매업 등을 한 그는 요즘 텃밭 농사를 지으며 가곡 합창도 배우고 있다. 자신만의 ‘인생 2막’을 노래하는 중이다. 그는 “내 나름대로 가사를 통해 인생을 표현해보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더 노래 불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떨리는 마음 아내 손 꼭 붙잡고”
■ 장려상-한철구(74·고성 거진읍 송포 2리 경로당)
떨리는 마음에 아내 손을 꼭 붙잡고 무대에 오른 한철구 씨.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열창한 그는 곡 마지막 부분, 모자를 객석으로 던지며 능수능란한 모습도 보여줬다. 한씨는 “인생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떨렸는데 상까지 받으니 기분도 좋다”며 “가족 모두 행복해 하는 모습에 즐거웠다”고 했다. 중장비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한 씨는 “평소 노래방을 즐겨 가는데 남은 인생을 더 열심히 노래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의 마음으로 경쾌한 노래 ”
■ 장려상-박영자(67·원주 문막읍 건등2리 경로당)
임현정의 ‘사랑아’를 선곡한 박영자 씨는 경쾌한 무대 매너와 가창력으로 신명나는 무대를 선사했다. 박씨는 노인대학과 복지시설 노래봉사 등으로 실력을 키웠다. 지역 파크골프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그를 위한 협회와 경로당 식구들의 응원전도 시선을 모았다. 박씨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객석 어르신들이 진심으로 즐기시는 모습에 뿌듯했다”며 “이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르신들을 위해 계속 활동하고 싶다 ”고 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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