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VNL 24연패' 한국 여자배구,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이석무 2023. 7. 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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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하 VNL) 전패 수모를 당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본 한 배구팬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달 초 막을 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VNL에서 12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사실 2021년에 열렸던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하락세는 예상된 일이다.

문제는 정작 대표팀을 책임지는 대한배구협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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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게 겨우 2년 전인데 어떻게 이렇게 됐죠”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하 VNL) 전패 수모를 당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본 한 배구팬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달 초 막을 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VNL에서 12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패 수모다. 세자르 곤살레스 감독 부임 후 VNL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24연패 늪에 빠졌다.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한국과 폴란드의 경기.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2021년에 열렸던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하락세는 예상된 일이다. 김연경·김수지(이상 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이 동시에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강제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김연경이 대표팀에서 차지했던 엄청난 비중을 생각하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두 대회 연속 ‘14전 전패, 승점 0점’은 너무했다. VNL이 출범한 이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국제무대 벽이 높은 것은 맞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실력 차를 많이 느낀다”고 고개 숙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런던올림픽이 열렸던 2012년에도, 도쿄올림픽이 열렸던 2021년에도 세계 수준은 높았다. 그때도 외국선수들은 키가 컸고, 파워가 대단했다. 우리보다 키가 훨씬 작은 태국조차 2승을 거뒀다.

세계의 벽이 높다고 말하기에 우리 스스로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대표팀 준비 과정을 돌아보면 결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VNL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은 소집훈련을 가졌다. 그런데 감독이 없었다. 대표팀과 클럽팀 사령탑(프랑스 낭트)을 동시에 맡고 있는 세자르 감독은 국내 소집 기간 내내 선수들을 보지도 못했다. 대회가 시작되고 난 후 뒤늦게 대회가 열리는 해외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면서 그제야 감독과 함께 조직력을 맞춰야 했다. 감독이 선수들 얼굴은 다 알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한배구협회의 현실 인식이다. 지난해 전패 수모를 당했는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줬어야 했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감독이 대표팀과 클럽팀을 함께 이끌기 어렵다면 대표팀에 전념할 인물을 찾아야 했다. 대표팀을 세대교체하고 조직력을 처음부터 다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대표팀에 전력을 기울일 지도자가 필요하다.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한국 여자배구는 위기다. 런던올림픽과 도쿄올림픽 4강의 영광은 이미 퇴색된지 오래다. 당장 오는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아닌 메달권 진입조차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은 물론 태국에게도 밀려 ‘4위권’으로 떨어졌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4위권은 맞는지도 안심할 수 없다.

뒤늦게 한국배구연맹(KOVO)이 위기를 느끼고 세계화 전략을 꺼내든 점은 다행스럽다. 문제는 정작 대표팀을 책임지는 대한배구협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 없다면 계속 침몰하는 수밖에 없다. 그냥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리그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여자배구의 빛났던 지난 10년이 하늘에서 떨어진 선수 한 명 덕분에 ‘얻어걸린 행운’으로 전락해선 결코 안된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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