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러 제트엔진 베낀 중국, 미국의 ‘毒手’에 속탄다 [최유식의 온차이나]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3. 7.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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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모디 인도 총리 방미 때
F414 엔진 공동생산 등 파격선물
“인도, 러시아 의존 줄여 中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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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6월 하순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중국이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전투기 엔진을 인도에서 공동 생산하고 핵심 기술도 이전하기로 했는데, 이 합의가 중국에 뼈아픈 대목이었어요.

중국은 20여년 동안 전투기 엔진 개발에 매달려 왔습니다. 자체 기술이 없다 보니 러시아 엔진을 뜯어보고 베끼는 식으로 개발을 해왔는데, 만족할만한 성능을 내지 못해 고심하고 있죠. 그런데 인도는 중국이 20년 이상 공들여 쌓은 기술을 한방에 이전받게 된 겁니다.

더 큰 고민은 미국이 동맹국에만 팔아온 F-35 스텔스 전투기를 인도에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국경 분쟁으로 사사건건 대립하는 인도가 F-35를 확보한다면 중국은 고민이 깊어질 겁니다. 인도를 러시아에서 떼어내 확실한 중국 견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미국이 ‘독수(毒手)’를 둔 것으로 보여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가 6월23일 백악관에서 열린 양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슈퍼 호넷 장착, KF-21도 탑재

인도도 1980년대부터 카베리라는 자체 엔진 개발에 매달려왔습니다. 해외에 엔진 공급을 의존하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엔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거죠. 하지만 기술과 예산 부족으로 터빈 블레이드, 컴프레셔 등 핵심 부품 개발에 번번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결국 2015년 도입한 자체 개발 경전투기 테자스에는 GE의 F404 엔진을 장착했죠. 2027년 초도 비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중형 전투기 테자스 MK2에도 GE의 F414엔진을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공동생산에 합의한 엔진이 바로 이 F414엔진이에요.

F414는 미 해군 주력기 슈퍼호넷(F/A-18E/F),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 스웨덴 그리펜 전투기 등에 들어가는 터보 팬 엔진으로 이미 성능이 검증된 모델입니다.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KF-21 보라매에도 이 엔진 2기가 들어가죠.

미 해군 F/A-18 슈퍼 호넷 전투기에 들어가는 F414-GE-400 엔진의 연소시험 장면. /미 해군

인도는 2021년 F414 엔진 99기를 7억1600만 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과 인도는 이번에 이 물량을 인도에서 공동생산하기로 했어요. GE와 인도 국영 군수업체 힌두스탄항공산업(HAL)이 인도 현지에 합작 생산 공장을 건설해 공동으로 생산하겠다는 겁니다. 또 단결정 터빈 블레이드 가공·도금, 연소실 레이더 천공 등 엔진 제작에 필요한 11개 핵심 기술도 이전하기로 합의했어요. 미국이 모디 인도 총리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안긴 겁니다.

GE와 HAL은 F414 엔진을 500기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해요. 앞으로 인도가 개발하는 전투기에 이 엔진을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뜻입니다.

◇“중국 20년 공들인 기술 한방에 챙겨”

중국은 몸이 달았어요. 중국은 1990년대 도입한 러시아 수호이-27 전투기의 AL-31F 엔진을 베껴 WS-10이라는 자체 엔진을 개발했습니다. J-10, J-11등 주력 전투기에 이 엔진이 들어가는데 추진력 등이 AL-31F보다 떨어지는 등 문제가 적잖다고 하죠.

전폭기 J-16, 스텔스 전투기 J-20 등 덩치가 크고 무거운 기체를 개발하게 되면서 WS-15라는 추진력이 더 좋은 엔진도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고온 상태에서 엔진 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요.

중국 주력 전투기에 들어가는 WS-10 엔진. 러시아 수호이-27 엔진을 베껴 만들었다. /바이두

항공기 엔진 개발은 항공기 자체 개발보다 더 어렵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항공기 엔진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등 4~5개국에 불과해요.

인도는 GE와 합작으로 F414 엔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체 엔진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좋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20년 이상 자체 엔진 개발에 매달려온 중국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죠.

◇동맹에만 파는 F-35도 제공하나

사실 F414 엔진 공동 생산은 예고편일 뿐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국 간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미국이 인도에 F-35 스텔스 전투기를 판매할 수도 있다고 해요.

F-35는 올해 2월 방갈로르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 에어쇼에 처음으로 참가했습니다. 미국은 F-35 외에 B-1B 폭격기, F-16s, F/A-18s 슈퍼호넷 등도 보냈어요. 군사적으로 러시아에 크게 의존해온 인도를 확실히 러시아에서 떼어내기 위한 파격적인 행보라고 홍콩 아시아 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지난 2월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에 참가한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 /트위터

◇중, WS-15 시험비행 공개로 맞불

7월초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J-20 스텔스 전투기가 새로 개발 중인 WS-15 엔진을 달고 시험 비행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어요. 중국군이 미국과 인도의 전투기 엔진 공동생산 합의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WS-15는 미국의 F-22 스텔스 전투기에 들어가는 F119 엔진을 벤치마킹해 개발 중인 엔진이지만 그동안 터빈 과열 등의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죠. 시험 비행 영상을 공개한 건 이런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목적일 것입니다.

중국 J-20 스텔스 전투기가 WS-15 엔진 시험을 위해 청두항공기공업그룹 활주로를 이륙하는 모습. 시험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웨이보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중국 CCTV 군사평론가인 쑹중핑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WS-15는 비행시간이 50만 시간 이상인 F119와 아직 큰 격차가 있다”며 “이제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대량생산까지는 많은 테스트와 개량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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