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사태와 혁신을 거부한 사회의 운명[아침을 열며]

2023. 7.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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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타다 서비스' 법정 다툼이 4년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무죄로 확정되었다.

타다 사태로 1865년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영국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재소환되었다.

타다 비즈니스 모델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후,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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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는 타다 자동차. 연합뉴스

지난달 '타다 서비스' 법정 다툼이 4년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무죄로 확정되었다. 타다 사태로 1865년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영국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재소환되었다. 붉은 깃발법 제정으로 증기기관차를 최초로 발명한 영국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과 독일에 넘겨주었다. 붉은 깃발법이 혁신을 가로막은 시대착오적인 규제의 대명사가 된 이유다.

타다 서비스가 국민들로부터 각광받자 기존 택시기사들이 극렬히 반발했다. 이에 검찰이 타다를 여객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기소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급기야 국회가 나서서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타다 서비스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타다 사태는 정부와 국회가 혁신을 가로막은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 순간에도 기존 사업자들은 로톡, 삼쩜삼, 강남언니, 닥터나우 등 혁신을 앞세운 전문플랫폼을 소송과 징계를 통해 방해하고 있다. 혁신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시장참여자들의 횡포와 괴롭힘에 의해 좌절될까 우려스럽다.

타다 비즈니스 모델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후,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크게 2가지 모습을 띤다. 하나는 기존 시장질서 안에서 주어진 파이를 나눠 먹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태적 경쟁이다. 이를 '시장 내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이라 한다. 레드오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동태적 경쟁이다. 이를 '시장개척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이라 한다. 블루오션을 찾아내기 위한 경쟁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 시장 안에서의 경쟁은 주어진 파이를 나눠 먹는 소득재분배 성격이 강하다. 기존 시장 내에서 익숙한 사업자 간 경쟁이기에 반칙만 하지 않으면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시장개척 경쟁은 기존 파이를 나눠 먹기도 하지만 파이 자체를 키우기도 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등장에 따른 택시 이용객 수와 젊은 층의 숙박 이용 급증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국민경제와 소비자에게 훨씬 더 이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경쟁은 기존 시장참여자들로부터 큰 저항에 부딪히고 정부와 정치권까지 가세하여 규제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되면 기존 시장질서가 새로운 시장으로 대체되는 과정이 혼란스럽고 파괴적이어서 기존 시장참여자들의 파이가 작아지거나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로 표현했다. 혁신으로 기존 산업에 대한 파괴가 있어야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성장한다. 혁신이 기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기존 시장참여자의 파이를 줄인다고 규제로 족쇄를 채우면 더 큰 파이의 창출은 요원하고, 성장과 발전의 수레바퀴는 멈출 수밖에 없다.

혁신으로 기존 시장참여자와 혁신기업이 갈등하고 반목하는 건 세상의 이치다. 정부와 정치가 국가의 먼 미래를 보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갈등조정이 힘들다고 표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 큰 사람의 편만 들게 되면 미래를 잃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혁신은 살리되 전통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

김형배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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