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인공지능, 예술을 넘보다

김수연 2023. 7. 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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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23회 II] 인공지능, 예술을 넘보다

취재진으로 북적이는 이곳,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의 방한 행사장입니다.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나타난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바야흐로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고 있었습니다.

샘 알트만/OpenAI 최고경영자
“저는 2030년이든 언제든 오늘날엔 우리가 기적이라고 말하는 시스템에 도달하기를 바랍니다. 과학의 진보를 앞당기고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무엇이든 척척 ‘생성’해내는 인공지능, 이제 ‘창작자’의 지위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합니다.
마지막까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줄 알았던 예술계가 지각변동의 최전선이 돼버렸습니다.

안재홍/미디어 아티스트
“마치 모든 사람이 말단 실무자였다가 인공지능이 생기면서 모든 사람이 중간 관리자가 되는 것 같은….”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도 예술계를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이번 주 9층시사국은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인공지능은 우리 예술계를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황선철/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업2국장
“2~3년 후면 일반 음악 분야, 우리가 흔히 아는 가요나 이런 부분에서도 AI가 인간 창작자들을 대체하는 상황이….”

리카르도 푸제티/영화감독
“특정 직업들은 위험할 수 있어요.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광욱/변호사
“인공지능에 대해서 법인격을 부여해서 인공지능 자체를 저작권자로 하자
이런 논의도 지금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창욱/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모든 기술에는 명암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해야 하는 일은 어두운 면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죠.”

※ 이 프로그램에는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와 음원이 사용됐습니다

■ 예술계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미디어 아티스트 안재홍 작가의 하루는 컴퓨터 앞에서 시작됩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불과 몇십 초 만에 그림이 생성됩니다.
물론, 속이 터질 때도 가끔 있습니다.

안재홍/미디어 아티스트
”제가 느끼기로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손이 빠른 신입사원이 제 밑에 입사를 했는데, 말귀를 정말 못 알아듣는 신입사원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공지능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생성형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한 패턴을 학습합니다.
그런데 데이터의 양을 늘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대식/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신기하게 여기에 비밀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학습이라는) 방법이 개선된 게 거의 없고, 데이터만 몇십만 개에서 몇천억 개로 늘렸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기계가 갑자기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작업자가 ‘프롬프트’, 즉 명령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은 학습한 패턴을 지도 삼아 유사한 요소들을 ‘조합’해 결과물을 ‘생성’합니다.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지도도 다채로워집니다.

김대식/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수천억 단위로 모델이 커지다 보니까 이게 생성형 AI의 능력들을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요. 창작을 하기 시작하고 창의성 같은 걸 가지고….“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보니, 작업자는 명령어를 바꿔가며 수정작업을 거듭합니다.

안재홍/미디어 아티스트
“작업의 형태는 주사위 굴리는 거랑 약간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수도 없이 계속되는 시행착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의 작업 속도보다는 훨씬 빠릅니다.

AI 영화 축제(AIFF)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제네레이션’.
무용수의 실제 움직임 위에 생성한 이미지를 입혔습니다.

리카르도 푸제티/영화감독
“(인공지능은) 사람이 그리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과정은 (수작업과) 매우 비슷해요. 50% 정도 과정을 완성한 뒤에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 위에 이미지를 첨가했어요”

남현종/9층시사국 아나운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예술만큼은 인간 고유의 영역일 줄 알았는데 보니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AI 영화제까지 열리고 있는 걸 보니까, 인공지능이 이미 예술 분야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봐야겠네요?

김수연/9층시사국 취재기자
맞습니다. 보셨듯이 AI를 활용하면 작업 속도가 일단 훨씬 빨라지고요.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신선한 느낌이 있다 보니까, 이를 활용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마블 스튜디오가 신작의 인트로 영상에 생성형 AI로 만들어낸 영상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아나운서
대단한데요. 그렇다면 이미 상업화까지 이뤄졌다고 봐야겠네요?

김수연/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습니다. 국내에서도 생성형 AI를 창작에 활용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명령어만 입력하면 곧장 곡을 생성해내는 인공지능 작곡 소프트웨어.

정재훈/크리에이티브마인드 개발자
“각각 트랙별로의 파일이 나오고 그다음에 마지막 최종 합쳐진 마스터 트랙 파일이 나오는데….”

개발자와 음악 감독이 함께 일하는 이 스타트업은 인공지능에게 작곡 이론을 가르칩니다.
도레미 음계와 같은 음악적 요소를 모두 숫자로 변환해 화성학 등의 이론을 주입시키는 겁니다.

안창욱/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숫자로 매핑(변환)을 하게 되면 작곡 이론서라든지 음악 이론서에 있는 내용들을 다 코딩화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화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게 돼요.”

음악 장르별 작곡 기법을 체계적으로 학습킴으로써 인공지능이 조합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주는 겁니다.
이 같은 학습 방식엔 표절 시비를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빅데이터 학습을 전제로 한 생성형 AI는 ‘무엇을 입력하느냐’가 곧 ‘무엇이 생성되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에 표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안창욱/크리에이티브마인드 대표·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저희가 (학습 데이터를) 오픈(공개) 했을 때 ‘기존 곡이 들어가서 학습을 하고 그 학습된 결과가 창작에 반영됐냐, 작곡에 반영됐냐는 거(질문)’를 (답할 때) ‘저희가 (생성한 음악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거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다는 거죠.”

남현종/9층시사국 아나운서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생성형 AI가 벌써 예술계 전반에 걸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도 있어 보여요.

김수연/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맞아요.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까 법과 제도가 아직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미국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AI를 둘러싼 대립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

2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작가조합(WGA) 총파업. ‘인공지능’이 갈등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 사용을 제한하자는 작가들의 요구에 사업자 측은 거절하며 연간 회의로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작가들이 인공지능의 먹잇감이 되리라곤 미처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습니다.

마이크(가명)/작가
“인공지능은 우리(작가)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더 저렴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에겐 좋겠죠. 우리의 작품이 AI의 먹잇감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사업자 측은 다만 아직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메소드 스튜디오는 한 인터뷰에서 “실력 있는 미술 감독과 애니메이터, 예술가, 개발자들의 노력이 필요했고, AI는 수많은 작업 도구 중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공지능이 초안은 만들어내도 이를 완성해내려면 결국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단 겁니다.
하지만 창작 초기 단계의 일부 작업에선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리카르도 푸제티/영화감독
“쉽게 패턴을 찾을 수 있는 작업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거나 우리가 알던 모든 걸 바꿀 거라고 보진 않아요.”

국내에서도 이미 드라마, 게임, 광고 등의 배경 음악에서 AI 음원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황선철/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업2국장
“배경 음악 분야에서는 이미 많이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이뤄지고 있고요. 그만큼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2~3년 후면 배경음악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음악 분야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요나 이런 부분에서도 AI가 인간 창작자들을 대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일자리를 지키려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안재홍/미디어 아티스트
“8~90년대의 인터넷의 등장과 사실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근로자가 인터넷을 활용하지 못하는 근로자를 대체했듯이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근로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을 대체할 수는 있다.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자체가 모든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몰고 올 또 하나의 파도.
창작자들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저작권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학습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데다, 생성된 결과물의 출처도 표기하지 않습니다.
학습을 위해 저작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이광욱/변호사
“인공지능 창출물 중에서는 기억된 것을 그대로 복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고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통해서 변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변형의 정도가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역시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일부 작가들은 그림 생성 인공지능 업체가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저작물을 허가 없이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적 규제는 제각각입니다.

학습은 ‘텍스트 앤 데이터 마이닝’ (Text and Data Mining), 즉, TDM 과정으로 통칭 되는데 EU와 일본은 이 TDM을 위한 복제와 전송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일종의 면책 조항인데, 우리 국회에서도 도입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황선철/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업2국장
“(TDM) 면책 조항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하면 AI 회사들은 더 이상 저작권 이용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무료로 그 저작물들을 다 이용할 수 있게 되거든요. 저작권자들은 그로 인해서 보상을 받기는 현행법상 되게 어려워요.”

남현종/9층시사국 아나운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벌써부터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까 AI 관련해서 저작권 관련 규범은 아직 정립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실제 사용자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수연/9층시사국 취재기자
사실, AI 소프트웨어를 쓰는 사용자 개인의 입장에선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물 사용에는 관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도 AI를 활용하실 땐 인물 같은 민감한 부분은 최대한 저작권이 확보된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사용하시는 게 좋고요.
특히, 생성한 결과물은 ‘AI로 만들어냈다’고 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아나운서
아무래도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또 사용할 때 스스로 잘 윤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수연/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주문하는 게 ‘투명성’인데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학습 관련 정보를 필요한 범위 내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아나운서
우리가 조금 더 편리하게 무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인공지능을 개발했는데, 도리어 인공지능이 개발되면서 우리 인간에게 많은 질문거리를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수연/9층시사국 취재기자
맞습니다. 저도 취재를 하면서 계속 이렇게 묻게 되더라고요.
인공지능이 ‘생성한다’는 것을 과연 창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국내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간만 저작권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제한 조건이 없는 인도와 캐나다에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일종의 저작권자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광욱/변호사
“인공지능에 대해서 법인격을 부여해서 인공지능 자체를 저작권자로 하자 이런 논의도 지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통해 조합해내는 것을 ‘창작’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 앞에, 인간이 설 자리는 어떻게 변할까요?

리카르도 푸제티/영화감독
“뭐든 만들어진 건 모두 입력된 정보를 모방한 거라는 주장도 사실 꽤 설득력 있는 거예요. 모든 예술은 우리가 예전에 받아들인 정보들을 다시 토해내는 거라고 강하게 느낍니다.”

디지털 기기로 그림을 그리던 황다해 작가는 몇 년 만에 다시 연필을 꺼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시에 참여한 후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겁니다.

황다해/화가
“(인공지능이랑) 제 그림이랑 비교했을 때 조금 무서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그림을 그리는 길을 가야겠다, 이런 부분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목탄으로 꾹꾹 눌러 그린 그림엔 실수조차 감정이 되어 작품으로 남습니다.

황다해/화가
“사람의 동작이 되게 남아 있잖아요. 그림에는. 인간이 그리는 그림은 너무나 정확하지 않아서 그게 조금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술은 이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리카르도 푸제티/영화감독
“영상에 인간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게 매우 중요했어요. 인간적인 요소와 인공적인 요소를 합치는 게 매우 중요했어요.”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는 “왜 인간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김대식/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그렇다면 기계가 예술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예술가, 사람은 왜 있어야 할까?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있는지는 모르지만 피할 수 없는 존재적인 수능이라는 게 언젠가 벌어질 텐데 지금 생성형 AI는 그 예비고사 같은 거지 않을까?”

취재기자 :김수연
외부촬영 : 조선기
영상편집: 이기승
자료조사: 김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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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ykb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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