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신상공개, 무엇이 선인가

[9층시사국 23회 I] 신상공개, 무엇이 선인가

■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불러온 '사적제재' 논란

길가던 여성을 뒤쫓아가 온 몸을 던져 ‘돌려차기’ 한 뒤,
쓰러진 여성을 들쳐업고 CCTV 밖으로 사라진 남성.

첫 번째 법원의 심판은 징역 12년이었습니다.

피해자
"(가해 남성이) 출소하겠구나. 그냥 그래요. 언젠가 출소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불안하고 두려워요)."

2심 재판부의 판결은 조금 달랐습니다.

CCTV에서 사라진 7분 동안 성폭행도 시도했다며, 징역 20년에 신상정보도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피해자
“출소하면 그 사람 50(살)인데 저랑 나이 네 살 밖에 차이 안 나는 데, 저렇게 대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을 아무도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형 집행이 끝나야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법의 속도를 유튜버는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지금부터 부산 돌려차기 묻지마 폭행사건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 이XX, XXXX년 X월 XX일생, 키 171cm, A형”

‘사적 제재’라는 논란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습니다.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수사기관에서 놓쳤던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바로 이 신상정보를 제가 공개함으로써 피해자가 평생동안 느낄 수 있는 고통과 두려움에 분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도 나섰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습니다.”

곧바로 범죄자 신상 공개를 확대하는 특별법이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얼마나 공개해야 할까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정부라든지 입법부가 굉장히 즉각적인 반응으로 그러면 이 수위를 어떻게 높일게라고 하는 정책이 갑작스럽게 나올 경우에는 누구에게 적용되는지도 알 수 없는 방식의 그런 정책이 생길 때가 있거든요.”

■ 억울한 동생의 죽음…형은 '신상공개' 댓글을 달았다

고 김종호 씨 형/
여기가 저희 판금부고요. 동생이 여기서 이제 그때 작업을 차를 여기다 두고 여기서 이제 범퍼를 뜯고 있었어요, 여기서.

기자/
그 공구함은 이건가요?

고 김종호 씨 형/
예. 이게 동생 공구함이고요. 여기 이제..

기자/
동생이 쓰던 장비도 일부러 그냥 계속 두고 계시는 거예요? 이걸로 사용하고 계시는 거예요?

고 김종호 씨 형/
그렇죠. 이거를 뭐 처분할 수도 없는 거고..

고 김종호씨가 생전에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공구함. 종호씨의 형은 동생의 유품에 추모글을 적고, 동료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도록 작업장에 남겨뒀다.

같이 일하던 동생의 공구에선 아직 온기가 느껴집니다.
두 달 전이었습니다. 동생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고 김종호 씨 형/
(동생이) '아니 옆(집)에서 소리가 난대. 옆에 소리가 나는데 우~ 하는 소리가 난대.' 그래가지고 우 하는 소리가 뭐야? 이러니까 (동생이) '아니 나도 모르겠어.'

옆집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하니 집에 가봐야겠다고 했습니다.

고 김종호 씨 형/
밥 먹고 가라. 돈가스 시켰대 (라고 하니까 동생이) '형, 근데 12시부터 1시 사이니까 내가 얼른 (집에) 가봐야지. ' 밥 먹고 가라니까? 응? 뭔 상관이야' (라고 하니까 동생이) '얼른 갔다 와서 먹지, 뭐.' (하더라고요.)

그리고 몇 시간.

고 김종호 씨 형/
이상하다, 애가 왜 안 오지? 전화를 했어요. 전화를 안 받아요. 이상해요. 얘가 전화를 안 받는 애가 아닌데. 막 미친 듯이 막 뛰어가니까 경찰관 한 분이 딱 잡더라고요. 저기서 막 미친 듯이 뛰어오니까. 어떻게 되시냐고. 저 여기 XXX호 형이라고 그래가지고 아.. 이러시더라고요. '안타깝습니다, 망인입니다' 하더라고요.

동생의 주검이 발견된 건 옆집이었습니다.

기자/
옆집하고 그 정도의 갈등이라는 거는 알고 계셨던 거예요?

고 김종호 씨 형/
아니요,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어요.

소음의 원인을 동생은 찾아주려 했습니다.

고 김종호 씨 형/
(가해자가) 동생 방을 우퍼 스피커를 찾겠다고 들어가자고 그랬대요. 동생이 우퍼 스피커 없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대요, 친절하게. 들어가가지고 동영상을 켰다는 거예요. 동영상 켜고 동생 집을 구석구석 찾으면서 우퍼 스피커 찾는다고 그랬는데 안 나오죠, 당연히. 없으니까 안 나오죠. 동생이 침대 밑에도 들어주고 선생님, 없으시죠? 뭐 다른 데 다 보여주고 없으시죠, 선생님? 그러면 선생님 집에서 얼마나 소음이 큰지 한번 확인할까요, 선생님? 이러고 들어가요. 그리고 영상이 꺼져요.

처참한 죽음이었습니다.

KBS뉴스, 2023. 5. 9
"어제 저녁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세대간 소음 문제로 옆집 주민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고 김종호 씨 형/
(경찰에게) 종호가 어떻게 갔나요? 하니까 이제 음.. 뭐 가슴, 배, 이렇게 해서 칼에 찔리셨다. 이렇게 해서 가셨다, 그렇게 얘기해가지고 저는 솔직히 여덟, 아홉 방 정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제 알고 보니까 너무 가관인 거예요.

검사는 “화가 나서 죽였다”는 가해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고 김종호 씨 형/
저는 검사님 생각해보세요. 그게 사람을 죽일 만한 이유예요? (검사가) '참 뭐라고 할말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죠. 아니, 저는 그래가지고 강력하게 이야기했어요. 신상 공개를 이거 해야 하지 않냐. 이런 흉악범이다. 하여튼 (검사가) 그게 되게 (신상공개) 제도가 어디에 승인을 받고 뭐에 승인을 받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가해자의 신상은 끝내 법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고 김종호 씨 형/
21번이 말이 돼요? 이거는 이미 사람이 아니에요, 진짜로. 그런데 왜 그런 거에다가 인권을 타령하면서 가해자를 지켜주고 가려주고 왜 다 실명은 못 쓰게 하고 너무 황당한 거예요. 왜 정유정은 얼굴 나오고 이기영은 얼굴 나오고. 걔네들만 흉악범 아니거든요. 왜 이 가해자도 충분히 사이코예요, 정말로. 큰일 나요.

결국 동생 사건과 관련한 영상이나 기사에 댓글을 달아 가해자의 신상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형은 동생 종호씨 사건을 다룬 영상에 직접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다른 가족들의 걱정에 현재는 내용 일부를 가려서 수정했지만,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은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써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기는 종호씨 형의 모습.

고 김종호 씨 형/
‘신상공개 해야 할 악마입니다’ 이런거 있으면 좋아요 눌러드리고. ‘한국 판사들은 본인들한테 반성문 쓰면 가해자가 뉘우치고 있다고 감형시키는게 너무 어처구니 없음’ 이것도 저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큰 아들이 처벌이나 보복을 감수하고 하는 행동을 어머니는 말릴 수 없었습니다.

고 김종호 씨 어머니/
뉴스에서만 보는 건 줄 알았지, 내가. 우리 일이 이런 뉴스거리가 돼서 방송에 나오리라는 거는 누가 이걸 생각을 했겠어요? 씻어지겠어요? 잊혀지겠어요? 그러니까 그 죗값을 나는 제대로 좀 치르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일하는 틈틈이 탄원서를 모으는 가족들...

고 김종호 씨 형/
왜 피해자가 처벌을 감수하고서 이런 일을 벌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 동생의 인권을 유린하고 한 가정의 행복을 완전 파탄내버렸는데 나라에서 보호해주고, 법상으로 안 된다고 그러고.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거는 뭐든지 다 한거예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어떤 사건은 유명해지면 이게(신상공개가) 가능하고, 어떤 사건은 그러면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나서서 이 사건이 유명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런 제도가 있어도 적용받을 수도 없고 이런게 불안하고, '내가 더 노력했어야 되나' 라고 하는 거는 저는 너무, 범죄 피해자들에게 개개인이 뭔가 발로 뛰어서 어떤 노력을 해야 된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일이 있다는 것은 너무 마음 아픈 일이거든요.

남현종/ 9층시사국 MC
강력범죄 피해자들은 상처를 극복하는 것만 해도 상당히 힘들 텐데 지금 상황을 보니까
피해자나 아니면 그 가족들이 직접 사건을 공론화하거나 아니면 여론의 힘을 빌려야만
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소영/ 9층시사국 기자
사실상 그렇습니다.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는 말 그대로 피의자 단계, 그러니까 경찰 수사 단계 등에서 신상이 공개되는 건데요.

그렇다 보니까 초기에, 사건 초기에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면 심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제도가 시작된 이후,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경찰의 신상 정보 공개 심의 대상이 된 사건은 모두 74건입니다.

이 중에서 47건에 대해 공개 결정이 내려졌는데요. 성범죄 사건 8건을 제외한 39건이 살인 같은 강력범죄 사건이었고 모두 여론의 큰 관심을 받은 사건들이었습니다.

남현종/
74건 중에서 47건은 신상이 공개됐고 그렇다면 나머지 27건에 대해서는 신상 공개가 안 됐다는 거잖아요. 이게 또 적은 수치는 아닌데, 신상 공개가 되고 안 되고의 기준이 뭡니까?

김소영/
일단 경찰이 신상을 공개하려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여야 합니다. 또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요. 또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 방지 같은 공공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느냐를 두고 경찰과 외부 전문가가 꾸린 위원회가 공개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남현종/
그런데 지금 이제 기준을 듣기는 했는데 사실 우리가 보기에는 비슷한 사건인데도 어떤 건 신상 공개가 되고 어떤 건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 기준이 그다지 명확해 보이진 않습니다.

김소영/
네, 그래서 이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26일, 중학생 피살사건의 피의자 백광석, 김시남의 신상이 공개됐다. 제주경찰은 사건 초기 ‘범행의 잔인성, 공공의 이익’ 등 신상공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심의위원회 조차 열지 않기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다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을 공개하기로 해 논란을 불렀다.

■ '오락가락' 신상공개…여론이 결정?

KBS뉴스, 2021. 7. 26
“48살 백광석. 46살 김시남. 제주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는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방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두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결정했습니다.”

전 연인의 집에 들어가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백광석과 범행을 공모한 김시남.

경찰이 이들의 범행이 잔혹하고, 범행을 자백해 증거가 충분하다며 신상 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전, 경찰의 입장은 전혀 달랐습니다.

범행이 잔인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가,

피해자 어머니(음성변조)
그런 살인마들을 왜 보호해주는데요. 왜 신상공개 못 해요. 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다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을 공개하기로 한 겁니다.

경찰의 오락가락하는 신상공개 기준은 강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남언호/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변호인
과연 얼마만큼의 범행이 잔인해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피해가 중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러한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토막살인사건의 정유정 사건은 잔인한데 이 사건은 잔인하지 않은지. 이런 부분들이 수사기관마다 다른 것은 아닌지, 그리고 언론에서 집중하고 언론에서 많이 알려진 사건에 의해서만 공개가 되는 공개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신상공개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신상이 공개된 또래 살해범 정유정. 경찰이 공개한 사진과, 다른 곳에서 찍힌 얼굴이 많이 달라 조작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상공개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깨고 나올 정도로 어떤 중대한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몇십 년 전에 어떤 증명사진 같은 것을 통해가지고 신상공개 의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공개했는데 이게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다. 이거는 곤란하지 않느냐. 그런 의미에 있어서 신상공개를 엄격한 요건으로 하되, 그 요건을 다 갖춘 경우는 머그샷 포함해서 공개할 건 확실히 공개해서 신상공개 효과가 나타나야된다, 그 효과라는 게 결국 국민을 위한게 아니냐 이렇게 보는 거죠.

남현종/ 9층시사국 MC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 봤을 때, 강력범죄가 일어났을 때 공개되는 범죄자의 사진만 봐도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김소영/ 9층시사국 기자
우리나라에는 수사 기관이 기소 전에 피의 사실을 알리면 징역 3년까지 처할 수 있는 피의사실공표죄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는 이게 없거든요.

미국은 주별로 다르긴 하지만 기소 전, 사실상 체포 단계에서부터 실명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고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이나 독일도 수사 기관의 피의자 신상 공개를 법으로 제한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다만 언론 지침 등을 통해서 중범죄 등은 제한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 방안의 주요 내용.

남현종/
아무래도 법적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데 일단 지금 정부와 여당도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죠?

김소영/
그렇습니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에 또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확대할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에
엿새 만에 대책이 나왔습니다.

당정은 우선 수사 기관이 범죄자의 현재 얼굴을 촬영해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특별법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또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을 재판을 받는 피고인까지 확대하고 공개 범위도 마약, 테러, 아동 대상 성범죄, 묻지마 폭력
등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남현종/
관련해서 우려의 목소리는 없습니까?

김소영/
적용 범위를 빠르게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변호사
정말로 확실해서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안 나온다면야 그거를 막을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어쨌든 현실 사회에서도 좀 억울할 수 있는 사안이 나오고 있고. 단순히 사실 그냥 무슨 무슨 범죄도 이제 우리 공개할 수 있게 하자 여기서 그쳐서는 안될 것 같고요. 다양한 논의들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사실 입법까지 이어지기에 약간 어려운 측면으로 작용하겠죠.

김소영/
또 강력 사건이 터지면 신상공개 여론이 들끓다가 가라앉기 일쑤였는데, 이번에 또 그러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 기로에 선 '신상공개' 제도…이번엔 달라질까?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고유정.

'"왜 죽이셨습니까? 우발적 범행 맞나요?"

신상이 공개됐지만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숨겼습니다.

유족 (음성변조)
"이럴 거면 신상공개 왜 합니까? 머리 긴 사람은 신상공개 해도 얼굴 못 보여줍니까?"

국회에서는 신상을 공개할 때 얼굴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고유정 방지법'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20대 국회가 끝나며 그대로 폐기됐습니다.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찍은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지만,
포토라인 앞에 선 얼굴은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처벌하라, 처벌하라! 26만 명의 신상 공개하라!"

신상공개를 강화하라는여론이 들끓었고 관련 법안이 또 발의됐지만 결과는 또 흐지부지였습니다.

범죄 피해를 줄이는 신상공개의 적정선을 찾는 것을 언제까지 미룰지, 피해자들은 묻고 있습니다.

고 김종호 씨 형
제가 이렇게 공론화하는 것은 가해자를 어떻게 해서든 알려야겠다. 우리 종호의 억울함, 종호는 진짜 억울한데 다른 사람이 또 피해를 안 봤으면 좋겠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어떤 법이 바뀌고 판례가 바뀌는 거를 계속 뉴스를 통해서 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계속 범죄 성향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제재를 받겠구나라고 영향을 받아야 되는 거고 피해자도 나 혼자 어떻게 조심하고 나 혼자 얼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시스템으로 함께 대응한다라고 하는 믿음을 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취재기자: 김소영
외부촬영: 설태훈
영상편집: 강정희
자료조사: 정지윤, 임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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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o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