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고액 법률 의견서 논란에 “무상 공적활동도 많았다”

허욱 기자 2023. 7. 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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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권영준(53·사법연수원 2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교수 재직 중 로펌에 의견서를 써주고 과도한 보수를 받았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무상 또는 소액으로 국가기관을 위해 활동한 내역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뉴스1

법조계에 따르면 권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날 국회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그는 “전문가 의견서 제출은 미국·독일 등 사법 선진국에서 재판의 타당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매우 보편화된 제도”라며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권 후보자는 최근 5년(2018~2022년)간 로펌이 의뢰한 국내 소송과 국제중재 등 38건의 사건에서 의견서 63건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의견서 1건당 최소 수천만원 이상을 받았고, 그 금액이 총 18억 1563만원에 달해 논란이 됐다. 로펌이 학계에 요청하는 법률 의견서는 주로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돼 왔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그간 법무부 법무자문위원장,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동 등 무상이거나 재능 기부에 가까웠던 공적 활동도 많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법관이 된다면 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 이해충돌에 관한 조금의 의문도 없도록 직무에 임하겠다”고 했다.

답변서에서 권 후보자는 가장 시급한 인권 문제로 장애인 인권을 꼽으며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불이익을 입기 쉬운 반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옹호하는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장애인이 일상생활이나 공적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또한 “성별, 장애, 성적지향, 인종 등과 같은 사유가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성적 지향성은 지극히 내밀한 사적인 영역이자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존재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성적 지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편견이나 차별적 취급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사형제에 폐지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권 후보자는 “개인적으로는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등 보완 수단 마련을 전제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낙태죄에 관해서는 “(처벌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권 후보자는 “청소년범죄의 흉포화를 이유로 소년범을 일반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확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형사정책상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강제징용 배상’ 등 최근 주목받은 사회 현안에 대해서는 ‘판결을 존중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최근 현대차 노조 손해배상 사건에서 노조원의 손해배상 책임은 “개별 조합원들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노란봉투법 입법과 마찬가지 효과를 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사법부가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있는 해당 법과 사실상 같은 취지로 판결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기존) 판례의 변경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판결 취지를 존중하고 있다”면서도 “그 이상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냈다. 그는 “일반론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께서 채권의 만족이라는 형식적 구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여러 차원의 노력이 계속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도 “존중하고 있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법원 안팎에서 나온 ‘재판 지연’에 관한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법관들의 ‘워라밸’ 추구에서 찾는 것이 타당한 접근인지 의문이 있다”며 “과거에 비해 쟁점이 복잡하고 심리가 오래 걸리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며 “법관과 재판연구원 확충 방안 등 인적 물적 여건을 확충하는 한편, 법관들이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압수 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은 경청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관에게 충분한 심리 수단을 부여하는 제도적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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