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바가지 요금

김기동 2023. 7. 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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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는 식물인 '박'에 작음을 뜻하는 '아지'라는 접미사가 결합된 말이다.

바가지를 숟가락으로 긁으면 나오는 불편한 소리를 아내의 잔소리에 빗대거나 구걸하는 거지가 차고 다니던 쪽박에서 비롯된 말이다.

바가지가 물을 담는 용도라는 점에서 물이나 남의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의미로 쓰였다는 게 타당한 추론이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내·외국인이 몰리는 명동 노점상의 바가지 물가가 지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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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는 식물인 ‘박’에 작음을 뜻하는 ‘아지’라는 접미사가 결합된 말이다. 물을 담는 그릇이라는 명사 외에도 고생·주책이라는 단어를 붙여 비하의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함부로 다룰 수 있고, 쉽게 깨지는 속성에서 유래했을 개연성이 크다. ‘바가지를 긁다’, ‘바가지를 차다’ 등 관용구로도 자주 언급된다. 바가지를 숟가락으로 긁으면 나오는 불편한 소리를 아내의 잔소리에 빗대거나 구걸하는 거지가 차고 다니던 쪽박에서 비롯된 말이다. 쓰임새가 많다는 건 바가지가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 축제장과 전통시장 등에서 ‘바가지 요금’ 논쟁이 한창이다. ‘바가지를 쓴다’는 말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중국 도박 유래설이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바가지가 물을 담는 용도라는 점에서 물이나 남의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의미로 쓰였다는 게 타당한 추론이다.

지난 5월 경북 영양군 산나물축제에서 옛날 과자 1.5L 한 봉지가 7만원에 판매됐다. ‘소고기보다 비싼 과자’라는 비난에 영양군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춘천 막국수축제에서는 손바닥 크기 감자전 3장을 2만5000원, 강릉 단오장에서는 얼음 슬러시를 8000원에 팔아 논란이 일었다. 일본인 유튜버는 함평 나비축제에서 1만원짜리 바가지 어묵 피해담을 영상으로 올렸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선 진해 군항제, 남원 춘향제 등 각종 지역 축제에 대한 비난과 함께 ‘K바가지’라는 조롱까지 쏟아졌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내·외국인이 몰리는 명동 노점상의 바가지 물가가 지탄을 받고 있다. 결국 명동 노점상 360개로 구성된 명동상인복지회(상인회)가 회오리감자·붕어빵·군만두·핫바 등 5개 품목 가격을 1000∼2000원씩 내리기로 했다. 명동 노점상들이 단체로 자발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한국관광공사와 합동으로 18일부터 지역 축제 먹거리 가격을 사전 공개하기로 했다.

바가지라는 단어에는 ‘억울함’이 담겨 있다. 얄팍한 바가지 상술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고질병이다. 한번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도 어렵거니와 대다수 선량한 상인에게 피해를 준다. K팝·K드라마로 얻은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가 K 바가지로 훼손돼서는 곤란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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