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영웅의 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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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교하게 소통(커뮤니케이션)하는 동물이다.
문자나 언어(말)는 물론이고 비언어 행위로도 의도를 전달하고 의미를 형성한다.
또한 옷·장신구·안경·자동차·보석 같은 물품, 색깔·화장·장식·음식과 같은 자의적으로 선택하거나 인공을 가한 꾸미기도 비언어 소통행위에 속한다.
'영웅의 제복'이라는 '비언어 의복 소통'은 참전용사들과 대한민국의 현실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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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는 정전(7월27일)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21일부터 6·25 참전 용사 5만1000명에게 봄·여름용 의복(‘영웅의 제복’)을 무상으로 전달 중이다. 고령의 용사들은 “나라에서 저희를 잊지 않아 감사하다”는 전화와 편지를 보내고 “친구와 지인들을 만날 때 당당히 입고 다니겠다”, “눈을 감을 때 수의 대신 입겠다”며 감격한다. 국민은 나라의 세금을 제대로 쓴다며 호응하고 “역사를 위해 희생한 데 대한 자랑스러움과 자부심만 느끼시면 좋겠다”며 감사를 표한다.
‘영웅의 제복’이라는 ‘비언어 의복 소통’은 참전용사들과 대한민국의 현실을 조명했다. 약해진 치아 때문에 미역국을 끓이는 데 필요한 참기름과 통조림조차 살 형편이 못 되어 7차례 8만원어치를 절도한 80대 후반 참전용사의 ‘빈곤한 노후’를 알게 되었다. 이분들의 참전 수당 39만원은 국가가 지급하는 다양한 여타 수당의 액수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는 반성도 일깨웠다. 동시에 새삼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주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분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새삼 인식하게 하는 공감과 일체감을 낳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는 정치와 경제, 정책과 제도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한다. 총알과 포탄의 전장 기록과 함께 참전용사들이 대한민국의 산하에 흘린 피와 땀의 이야기, 동족상잔의 한 서린 수난사가 밴 사연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널리 공유해야 한다. 자유와 민주에 터전 한 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또한 소련의 외교문서 해제로 인해 더욱 명백하게 밝혀진 ‘적화야욕에 의한 남침’이라는 6·25전쟁의 본질을 ‘미·소의 대리전’으로 오도하려는 시도도 설 땅을 잃을 것이다. 작가 이병주는 소설 ‘산하’에서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삶을 살피는 일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신화를 제대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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