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언 유착’ 있었나... 검찰, 채널A 사건 기록 무단 유출 수사

2020년 MBC와 당시 여권 인사들 간 ‘권·언유착’ 의혹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채널A 사건’ 수사 기록이 MBC 기자에게 무단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9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유식)는 최근 MBC 기자가 검찰 수사 기록 불법 유출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지난 5월 대검찰청에 해당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진정을 냈고,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MBC 기자는 작년 2월 유튜브 채널에 ‘한동훈 핸드폰 뒷문으로 열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도했다. 당시 이 기자는 “제가 단독 입수한 수사 기록”이라며 외부 반출이 불가능한 검찰 수사 기록 뭉치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그러면서 채널A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동훈 법무장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자료는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받을 수 없는 수사 기밀에 속하는 문건이었다. 한 법조인은 “이 수사 기록을 넘겨준 내부자가 존재한다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여권 인사들은 해당 유튜브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검·언유착’ 여론을 확산시켰는데, 이때는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수사팀은 MBC 기자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 등 4개 영상을 증거물로 쓰기 위해 수사 기록에 편철(編綴)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또 MBC 기자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제보자 X’ 지모씨가 이철 전 VIK 대표 측 대리인 자격으로 이동재 전 기자를 만난 장면을 몰래 촬영한 영상과 관련돼 있다. 수사팀은 MBC 기자가 ‘몰카’ 영상을 촬영했다고 시인한 유튜브 영상도 증거물로 확보했다고 한다.

‘채널A 사건’은 MBC가 2020년 3월 이 전 기자가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동훈 장관과 공모해 이철 전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씨 등의 비리 자료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검·언 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기자는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지난 1월 무죄가 확정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8월 서울고검의 재수사 명령에 따라 MBC 기자들의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 등을 재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