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도 못꺾은 황소고집, 황유민 "앞으로도 내 고집대로 할래요"... 연장 끝 '특급루키'의 KLPGA 첫 우승

안호근 기자 2023. 7. 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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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황유민이 9일 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T
우승 후 방송 인터뷰를 진행 중인 황유민. /사진=KLPGT
황소 같은 고집을 살려 그대로 밀고 나갔다. 할아버지마저 꺾은 황유민(20·롯데)의 황소고집의 결과는 생애 첫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이어졌다.

황유민은 9일 경기도 포천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 브렝땅·에떼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신인상 라이벌' 김민별(19·하이트진로)과 동타를 이뤄 돌입한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첫 우승과 함께 상금 1억 8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도중 캐디와 상의를 하고 있는 황유민(오른쪽). /사진=KLPGT
황유민이 날카로운 아이언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LPGT
꿈같던 TOP 10, 하루 아침에 신인상 1순위로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기대를 받았고 지난해 점프투어(3부)와 드림투어(2부)를 거쳐 시드를 확보해 올 시즌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12월 초청 선수 자격으로 나선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대회를 시작으로 10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했으나 최근 2개 대회 상승세를 타더니 드디어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올 시즌 치른 16개 대회에서 7번째 첫 우승자가 탄생했다. 특히 황유민은 앞서 우승을 맛본 방신실(19·KB금융그룹)에 이어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한 또 다른 '특급 신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첫 우승과 함께 황유민은 신인상 포인트 310점을 더하며 1445점으로 김민별(1412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시즌 상금은 2억 9419만 6000원으로, 40위에서 14위로 수직 상승했다. 위메이드 대상 포인트에서도 70점을 추가해 145점으로 20계단 상승한 18위에 안착했다.

LPGT에 따르면 황유민은 우승 후 열린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 샷이 많이 흔들리고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조금씩 나아지다 보면 꼭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이렇게 우승해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장에서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확정짓는 황유민. /사진=KLPGT
황유민(가운데)이 연장 승부를 펼친 김민별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KLPGT
끝까지 알 수 없는 승부, 강심장 황유민이 웃었다
김민별, 김수지(27·동부건설)와 함께 공동 선두로 마지막 날을 맞이한 황유민은 이들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당초 오전 9시에 티오프에 나설 예정이었던 황유민은 악천후로 4시간 이상을 클럽하우스에서 대기해야 했다.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신인답지 않은 침착한 플레이로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4번 홀(파3)에서 깔끔한 아이언 티샷과 6m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전반 또 다른 파3 8번 홀에선 14m 장거리 퍼트로 버디를 잡아냈다. 9번 홀(파4)에서도 환상적인 피칭 웨지샷으로 홀 가까이에 붙이며 버디를 낚았다.

이후 4홀 연속 파 세이브를 이어가는 사이 한진선이 선두로 치고 올라섰고 한 때 2타 차까지 간격이 벌어졌으나 무서운 뒷심을 보였다. 14번 홀(파5)에선 180m 세컨드샷을 그린 근처에 붙여 손쉽게 한 타를 줄였고 15번 홀(파3)에서도 송곳 같은 아이언샷으로 연속 버디를 챙기며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한진선이 12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가운데 버디를 잡아내야만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다. 18번 홀(파4)에 들어선 황유민은 깔끔한 퍼트로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김민별도 버디로 응수하며 결국 연장으로 향했다.

다시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에서 전 홀에 비해 더 좋은 위치에 세컨드샷을 올려놨다. 김민별의 샷이 그린을 벗어났고 황유민이 버디를 잡아내며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극도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도 제 플레이를 한 신인답지 않은 면모가 빛났다.

호쾌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는 황유민. /사진=KLPGT
샷을 준비하고 있는 황유민. /사진=KLPGT
'우승자 황유민'을 만든 이유 있는 고집, 드라이버 구질-숏게임 완성도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아마추어 자격으로 나선 지난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하며 큰 기대를 받았던 '국가대표 출신' 황유민은 초반 난조를 겪었다. 10개 대회에서 톱 10 진입에 실패한 것. 드라이버 티샷의 일관성 부족이 원인이었다.

신장 163㎝의 작은 체구에도 호쾌한 스윙으로 비거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258.02야드로 이 부문 3위를 달리는 장타자다.

문제는 일관성이었다. 일관되지 않은 장타는 오히려 경기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두 대회 톱 10에 진입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드라이버는 황유민의 무기였다. 그는 "지난주 대회 때부터 드라이버 티샷이 일관적인 구질이 나온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도 내 샷을 믿고 자신 있게 칠 수 있었다"며 "티샷이 왼쪽으로 많이 가다 보니 페이드 구질을 계속해서 연습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는 "처음에는 티샷이 불안해서 샷에 오래 매달렸었다"면서 "하지만 더 공격적으로 치기 위해선 강점을 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퍼트와 쇼트 게임을 살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황유민. /사진=KLPGT
캐디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황유민(왼쪽). /사진=KLPGT
신인임에도 자신만의 확고한 고집과 철학을 갖고 있다.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는 그는 "이렇게 내 고집대로 플레이해서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내 고집대로 플레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마저 꺾은 황소고집이다. 황유민은 "사실 할아버지께서 교장 선생님이셨기에 운동보다는 공부하기 원하셨다"며 "그래도 내가 국가대표가 되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 '정말 열심히 해보아라'고 하시면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 지금은 편찮으시지만 내 우승 소식을 듣고 더 힘내셔서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애틋한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우승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톱10에만 6번 들고 준우승 두 차례를 차지한 김민별과 호쾌한 장타로 드라이버 비거리 1위(265.46야드)를 자랑하며 우승까지 차지한 방신실을 제치고 당당히 신인상 1순위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신인상보다는 우승 트로피가 더 욕심나는 '특급루키'다. 그는 "사실 시즌 3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였는데 다시 1승을 추가하는 것으로 바꾸겠다"며 "신인상보다는 우승을 더 하고 싶다"고 전했다.

황유민이 우승 후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LPGT
우승 후 기념 타월을 들고 사진을 찍는 황유민. /사진=KLPGT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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