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데뷔전 완벽투’ KIA 산체스...“이중 키킹, 견제 동작 항의는 신경쓰지 않아”
KIA의 대체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가 KBO리그 데뷔전에서 완벽투를 선보였다.
KIA는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23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5-1로 승리를 거두며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SSG와의 주중 3연전에서도 비로 취소된 4일 경기를 빼고 두 경기를 모두 잡았던 KIA는 5일부터 9일까지 치른 5경기를 모두 이겼다. 시즌 성적 35승1무38패가 된 KIA는 이날 잠실에서 두산에 2-9로 패한 키움(38승2무43패)를 제치고 6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불과 한 주 만에 9위에서 6위로 수직 점프를 한 것이다. 5위 NC(37승1무38패)와의 승차도 1.0경기에 불과해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인 다음주 주중 3연전에서 5위로의 도약도 꾀할 수 있는 분위기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산체스는 메이저리그 경력은 하나도 없이 마이너리그에서만 10시즌을 뛴 선수다. 올해 대만 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스에서 10경기 8승1패 평균자책점 1.44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있었다.
KIA의 러브콜을 받고 KBO리그에 발을 내딛은 산체스는 적응 기간이 따로 필요 없었다. 최고 시속 147km를 찍은 직구(43구)를 주무기로 던진 산체스는 슬라이더(20구), 커터(12구), 커브(6구), 체인지업(5구), 투심(2구) 등 다양한 구질을 던지며 KT 타선을 농락했다. 탈삼진을 10개나 솎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하나도 내주지 않을 만큼 안정된 제구력도 인상적이었다. 6.1이닝 5피안타(1피홈런) 10탈삼진 1실점의 완벽투로 산체스는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산체스는 완벽한 투구 외에도 독특한 투구폼과 견제 동작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앞발을 한 번 올렸다 다시 올린 뒤 던지는 이중 키킹 동작에 KT 타자들은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KT 벤치에서 항의가 나왔고, 주심은 산체스에게 이중 키킹을 금지시키며 앞으로 이중 키킹을 하면 볼을 선언하겠다고 경고했다.
경기 뒤 산체스는 KBO리그 첫 승에 대해 “기분이 너무 좋다. 오늘처럼 똑같이 시즌 내내 던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체스는 최고 구속 147km를 찍은 직구를 비롯해 다양한 변화구가 돋보였다. 오타니의 주무기로 알려진 변형 슬라이더, 이른바 스위퍼도 구사했다. 산체스는 “지난해부터 스위퍼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모든 슬라이더가 스위퍼인 것은 아니고, 횡의 움직임을 강조한 스위퍼도 던지고, 스위퍼에 비해 종적인 움직임이 더 있는 슬라이더도 던진다”고 설명했다.
산체스의 견제 동작은 마이너리그 시절 동료에게 배운 것이었다. 산체스는 “지난해에 같이 뛰던 동료 중 한 명이 그렇게 견제를 하길래 따라 해봤는데, 따라한 그날 바로 견제로 아웃을 잡아냈다. 그래서 그렇게 견제를 하게 됐다”면서 “대만에서는 이중키킹에 대해 별로 제재를 받지 않았다. 내 커리어 내내 해오던 투구 동작이라 아예 안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하지 말라고 하니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산체스는 투수판을 1루쪽 완전 끝을 밟고 던지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유를 묻자 산체스는 “좌타자 몸쪽 직구를 던지기 힘들어서 점점 발 위치를 옮기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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