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미국서 ‘3중고’…역대급 실적 행진에 변수 되나

박순봉 기자 2023. 7. 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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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탓 전기차 보조금 못 받아…2025년 조지아주 공장 양산 이후 해소
내연차 비중 높은데 배출가스 규제 강화…테슬라만 수혜, 향후 완화 기대
전기차 판매량 더 확대해야 할 상황에 미·중 배터리 협력 움직임도 악재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이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키로 하면서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배터리 회사들과 우회로를 통해 협력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악재 중 하나다.

9일 미국 정부 관보를 보면, 현대차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 환경보호청(EPA)에 배출가스 규제안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에 기초한다”며 “시장이 모든 면에서 직면하는 중대한 도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적 의견을 냈다.

앞서 환경보호청이 올 4월 공개한 차량 배출가스 규제안(초안)을 자동차 회사들이 현실적으로 따라가기 어렵다는 취지다. 규제안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신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등을 연평균 13%씩 감축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32년에는 1마일(1.6㎞)당 배출량이 82g으로 제한되는데, 이는 2026년 목표치보다 56%나 낮다. 이를 자동차 회사들이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신차의 60%, 2032년까지는 67%를 전기차로 팔아야 한다.

전기차 선도자 전략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현대차그룹의 자체 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현대 모터 웨이’를 통해 더 강화한 전기차 판매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기준으로도 2030년 미국에서의 전기차 신차 판매 목표치는 53%다. 환경보호청의 규제안이 확정된다면 전기차 판매량을 대략 7%포인트 더 끌어올려야 한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82만180대)을 보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합친 ‘친환경차’(13만3171대) 비중은 16.2%다. 이 중에서도 순수 전기차는 3만8457대(4.69%)에 불과하다. 이 수치를 약 7년 내에 6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전기차 판매 비율을 이처럼 빠르게 올리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순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등에만 유리한 구조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IRA라는 허들도 이미 작용하고 있다. IRA로 인해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는 약 1000만원 수준인 보조금 대상에 끼지 못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5000만~600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 1000만원의 보조금은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지만, 2025년에나 양산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환경보호청의 규제안까지 겹친 국면이다.

여기에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배터리 회사들과 우회로를 통해 협업을 하는 상황도 현대차그룹으로선 부담이다. 미·중 경제 갈등으로 IRA가 만들어져 현대차그룹은 배터리를 공급받는 데 중국 업체를 회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포드나 GM은 오히려 중국의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과 미국 내 합작회사를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유럽이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있었는데 당시에도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이 반대하면서 최초 규제안보다는 완화되는 결과가 있었다”며 “이번 규제안도 미국 내 자동차 회사들이 연결돼 있어서 초안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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