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기’ 조사 이끈 이다정 간호사 [뉴스를 만나다]
[앵커]
2,236명….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가 안 된 아동 수가 지난 8년치만 대략 추려내도 이 정도로 나왔습니다.
그나마도 '이 분'이 없었다면 그 아이들은 영영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리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그림자 아기'들의 실태를 감사 제보해 대대적인 조사를 이끌어낸 이다정 간호사.
오늘(9일) <뉴스를 만나다>에서 모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보육원에서 일해오신 20년차 간호사면서 동시에 '사회적 부모'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팀 활동을 하고 계시죠?
정부에 감사제보를 하시게 된 계기 여쭤봐도 될까요?
[답변]
보육원에서 20년간 일하니까 뭐랄까 좀 너무 슬프고 베이비박스도 많이 보고, 출생신고 제도도 이상하고 이것 때문에 출생 통보제가 19대 신경림 의원님이 발의를 해서 있었는데 폐기되고 계속 폐기가 돼서 내년이 총선인데 올해 통과를 안 시키면 이것도 또 폐기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말에 이제 변호사님들이랑 우리 팀이니까. 이거 B형 감염 예방접종 이런 게 있는데, 이거 한번 연결해서 출생통보제를 올해 안에 통과를 시켜보자. 그래서 '으쌰으쌰' 해서 진행하게 된 것이고요.
[앵커]
특히 구체적인 조사 방법까지 제안을 하셨어요.
'B형 간염' 접종 기록... 이 부분도 좀 설명을 해주실까요?
[답변]
그러니까 아이가 출생되면 B형 간염 1차 접종을 받거든요.
당시에는 아이가 이름도 없고 주민번호도 없으니까 예를 들면 월매랑 춘향이를, 예를 들면 김월매 아가라는 명칭 5글자로 해서.
[앵커]
부모 이름을 따서.
[답변]
그렇죠, 그래서 임시 예방접종을 맞고 그걸로 수가를 매겨서 산부인과에서 수가 청구를 하고요.
그리고 그 기록은 방역 사업이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다 갖고 있어요.
[앵커]
정부가 갖고 있는 거예요.
[답변]
그렇죠. 왜냐면 그게 3년 있다가 폐기하고 5년 있다 폐기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거든요. 예방접종 기록이.
그런데 이제 아이를 출생신고를 하면 김월매 아가가 성춘향으로 바뀌면서.
[앵커]
이름이 생기면서.
[답변]
그렇죠. 주민등록번호로 해서 이제 이게 바뀌어야 되는데 출생신고를 안 하면 김월매 아가로 계속 남아 있을 거 아니에요?
[앵커]
네. 단절된 채로.
[답변]
그럼 김월매 아가는 주민등록번호도 없는데 1차 예방접종을 맞은 아동으로 해서 질병관리본부에서 그 자료를 방역 자료니까 계속 갖고 있거든요.
우리는 이제 그 자료를 조사를 하면 출생신고가 안 된, 출생은 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되고 사라진 아이들이 그 아이들이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감사 제보를 하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세 차례 걸쳐 한거죠.
[앵커]
가슴 아프지만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문제를 세상에 알려주셨습니다.
그 결과 '출생통보제'도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는데, 그 전까지는 우리나라 출생신고 제도가 참 '이상한' 부분이 있었죠?
[답변]
그렇죠. 출생 신고가 사실은 국적법에 의하면 출생 즉시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함에도 불구하고 한 달 안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한 달이 넘어서 하면 과태료가 5만 원이고 그리고 출생신고를 안 하면 아무도 찾지 않는, 어떻게 보면 표현이 이상하지만 자수한 사람한테 과태료를 물리고 아예 출생 신고를 안 하면 아무도 안 찾는 그런 이상한 구조였거든요.
그래서 출생 통보제를 어쨌든 폐기 전에 통과를 시켜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앵커]
혹시 통과된 법안과 관련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으신지요?
[답변]
저는 출생신고 제도라든지 우리나라 사회가 가족이랑 여성 중심, 생모 중심으로 너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보면 다양한 경로로 아이들이 태어나잖아요.
혼외자도 있고 요즘에는 미혼부도 있고 미혼모도 있고요.
다양한 방향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우리나라에 위기 임신 출산 지원센터가 현재 전국에 11곳이 있거든요.
전화번호가 1422-37번이에요.
그래서 전화를 하면 가장 가까운 센터로 연결이 되고 실제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들 하거든요.
그런데 홍보가 좀 많이 안 된 것 같아서 혹시 위기에 있는 임신 출산 관련 여성분들은 전화를 하셔서 좀 상담도 하시고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그런 말씀을 올립니다.
[앵커]
오늘 저희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하신 데는, 또 다른 사각지대 '외국인 아동' '이주 아동' 들에 관해서 꼭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어서였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일까요?
[답변]
감사원에서 한 결과에서 4천 명의 외국인 아동이 빠졌는데요.
불법 체류 아동이거나 아니면 엄마는 외국인인데 내국인인 아빠가 출생신고에 협조를 안 하면 사실은 두 부류의 아이들은 출생 신고를 할 수가 없거든요.
최소한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 아동이 신분은 있고 그리고 학교도 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지 유령 아이는 결국에는 유령 어른이 되잖아요.
[앵커]
그렇죠.
[답변]
그러니까 정부가 시의 입장보다는 좀 현명하게 판단해서 이주 아동들의 신분 등록이라든지 출생 등록은 좀 적극적으로 하는 게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끝으로 우리 사회에 더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답변]
저희 팀 이름이 사회적 부모잖아요.
그래서 사실은 부모가 없고 부모가 버렸다고 해서 부모 역할을 할 어른들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실제로 많은 분들이 사회적 부모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본인의 사회적 부모 역할을 인지하시면서 적극적으로 하시리라 기대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앵커]
말씀을 듣고 나니 프로젝트 팀 이름을 왜 사회적 부모로 지었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 메시지가 오늘 많은 시청자분들께도 잘 전달이 됐으리라고 봅니다.
이다정 간호사님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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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기자 (pjk0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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