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정책 불협화음에…네덜란드 연정 붕괴

정원식 기자 2023. 7. 9. 21: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장수 뤼터 총리 사임, 강경 난민책 좌절…유럽 분열 징후로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인 마르크 뤼터(사진)가 이끄는 네덜란드 연립정부가 난민 정책을 둘러싼 연정 내 이견을 봉합하지 못해 붕괴했다. 외신들은 “유럽행 난민 이슈가 유럽 각국의 정부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분열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면서 급증하는 반이민 정서가 ‘이민 반대’ 기치를 내건 극우 정당들의 세를 불려주고 있다고 짚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이날 헤이그에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을 만나 연정 붕괴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뤼터 총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립정부 내 정당들이 이민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국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연정에는 뤼터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 자유민주당(VVD), 진보 성향 D66, 중도 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A), 보수 성향 기독교연합당(CU) 등 4개 정당이 참여했다.

2010년 총리직에 올라 4번째 임기를 이어가며 네덜란드의 최장수 총리로 재임 중이던 뤼터가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네덜란드는 오는 11월 중순 조기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뤼터 총리는 총선을 통해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과도정부를 이끌게 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해 망명을 신청한 사람이 4만6000여명으로 늘고 올해 사상 최대인 7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택 부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뤼터 총리는 지지율 유지를 위해 강경한 난민 정책을 추진하려 했으나 연정 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전쟁 난민 가족들의 입국을 매달 최대 200명으로 제한하고 난민이 자녀를 데려오려 할 경우 최소 2년을 기다리도록 하자는 제안에 대해 기독교연합당과 D66가 부모와 아이들을 갈라놓는 조처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은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유럽행 난민 급증 사태로 홍역을 치르면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 정당들의 부상을 경험했다.극우 정당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난민들이 증가하면서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와 핀란드에는 극우 정권이 들어섰다. 스웨덴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2당으로서 연정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중도 우파 국민당(PP)과 손잡은 극우 정당 복스(Vox)가 압승을 거둔 바 있다.

급증한 이민자가 재정난과 인플레이션을 심화하고, 주택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유럽 내 반발 정서가 커지면서 ‘백래시’(반동) 정책도 구체화하고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 쪽 국경을 따라 약 201㎞에 이르는 장벽을 건설 중이고, 그리스는 튀르키예 접경지에 약 145㎞ 길이의 철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