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복판서 ‘바그너 팬클럽’ 행사…푸틴의 ‘프리고진 대응’ 미스터리
지난달 무장 반란을 시도했다 벨라루스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러시아를 활보하고 있다는 관측들이 이어지면서 그의 신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바그너 그룹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참석자 약 300명에게 티셔츠와 스티커를 제공하는 등 팬클럽 행사 분위기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집회에 바그너 깃발을 가져오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일부 참석자들은 이 같은 권고를 무시했다고 WSJ는 전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바그너 로고가 박힌 검정 셔츠를 입고 스카프 등으로 얼굴 일부를 가렸다. 군용 작업복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바그너 그룹 지지자들의 집회는 최근 러시아 사정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비판 시위를 철저히 단속해왔는데,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명분을 부정하며 무장 반란까지 일으킨 세력을 지지하는 집회가 공권력의 제지 없이 열렸기 때문이다.
최근 프리고진의 행보는 의문투성이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정적을 용서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고 시사했다. 정부가 반란 직후 압류했던 현금 1억달러와 금괴 등 1억1000만달러(약 1432억원) 상당의 자산을 프리고진에게 돌려줬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WSJ는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정말로 살아 있고 러시아를 돌아다니고 있다면 이는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바흐무트 등 격전지에서 러시아 주력 부대로 활약해온 데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푸틴 정권이 바그너 그룹을 앞세워 챙겨온 외교적·금전적 이득을 고려할 때 프리고진을 당장 내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벨기에 소재 러시아·유럽·아시아 연구센터 테리사 팰런 소장은 “그(프리고진)를 당장 제거하기에는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너무 얽혀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담당자였던 아바스 갈리아모프는 “프리고진은 체제를 붕괴 직전에 몰아넣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것을 잃는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 때문에 여전히 일말의 호의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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