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률 높은 집속탄, 지뢰처럼 남아 민간인에 무차별 피해

박은하·최서은 기자 2023. 7. 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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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크라 지원” 서방 동맹국은 왜 반대하나
2006년 레바논에서 발견된 집속탄. 안에 600여개의 새끼 폭탄이 담겨 있다. AP연합뉴스
다수 인명 살상 특화 무기…사상자 60%가 일상생활 중 피해
수십만 사망자 속출, 2007년 ‘오슬로 선언’서 생산·금지 결의
포탄 부족 우크라가 지원 요구…향후 동맹 분열 원인될 수도

축구장 3배 면적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분쟁이 끝난 뒤에도 수십년간 민간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엔이 사용과 제조를 전면 금지하고 전 세계 120개 국가들이 동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쟁점으로 떠오른 ‘집속탄’(cluster bomb)에 관한 설명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집속탄이 왜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지, 왜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 온 서방 동맹국들마저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지 정리했다.

- 집속탄은 어떤 무기인가.

“‘캐니스터’라 불리는 한 개의 폭탄 안에 수백개의 새끼 폭탄(자탄)이 들어 있는 무기이다. 군용기로 공중에서 투하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대포나 다연장로켓 등으로도 발사된다. 모폭탄이 공중에서 분해되면 벌통에서 벌떼가 나오는 것처럼 그 안에서 새끼 폭탄이 쏟아져 나와 흩뿌려진다. 땅에 떨어진 새끼 폭탄이 제각각 폭발하고 폭탄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한 파괴를 일으킨다. 단번에 요새를 파괴하고 다수의 병사를 살상하는 데 특화된 무기이다.”

- 민간인에게 어떤 피해 주나.

“새끼 폭탄은 불발률이 최대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 후에도 불발탄이 지뢰처럼 남아 있다가 뒤늦게 폭발해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집속탄 사상자의 60%는 일상생활을 하다 피해를 봤으며 기록된 사상자의 3분의 1은 어린이다.”

- 집속탄이 사용된 전쟁에선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가.

“집속탄은 2차 세계대전 때 처음 사용됐다. 이때 집속탄으로 민간인 5만5000~8만6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기간인 1964~1973년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 약 2억7000만개의 집속탄을 사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오스에 투하된 집속탄 중 폭발한 것은 지난 50년간 0.47%에 불과하지만, 사망자 수는 1만1000명에 달한다. 재미 라오스인들의 구술 프로젝트인 ‘레거시 오브 워’에 따르면 라오스에서는 2008년까지 연간 수백명이 집속탄으로 인한 사고를 겪었으며 이 가운데 60%가 사망했다. 라오스에는 폭발하지 않은 99% 이상의 집속탄들이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곳곳에 남아있다.”

- 국제사회는 집속탄 금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2007년 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46개국이 모여 최초로 집속탄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자는 ‘오슬로 선언’을 채택했다. 2006년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집속탄의 40%가 불발되고, 이후 민간인 피해가 잇달아 발생한 것이 계기였다. 유엔은 2010년 집속탄의 사용, 생산, 이전 및 비축을 금지하는 협약을 채택했다.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는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한국·폴란드·이스라엘도 국내 안보를 이유로 금지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은 집속탄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 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 등은 집속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프랑스·노르웨이·스웨덴 등 유럽 연기금들도 집속탄 업체에 투자를 금한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은 2020년 집속탄을 생산하는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를 매각했다.”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집속탄을 쓰고 있나.

“러시아는 집속탄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돈바스 내전 당시에도 집속탄을 사용했다. 러시아 집속탄의 불량률은 40%로 전체 불량률(20%)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바흐무트, 리시찬스크, 하르키우 등 동부 도시를 초토화하는 과정에서도 집속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국제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왜 집속탄을 지원하려 하나.

“우크라이나군은 포탄이 부족한 상황에서 1000㎞ 전장을 따라 뻗어 있는 러시아 진지를 파괴하고 러시아군을 밀어내기 위해 미국에 집속탄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보낼 집속탄의 불발률이 2.35%에 불과해 민간인 위험이 적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사용한 집속탄의 실제 불발률이 14% 이상이었고, 이러한 구형 집속탄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에 포함돼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서방 동맹국 반응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 온 영국·캐나다 등도 반대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집속탄이 민간인, 특히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독일 정부는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방침은 이해한다고 했다. 미국 민주당 크리시 훌라한 연방 하원의원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전 세계 민주주의의 승리이지만, 그 승리가 미국의 가치와 민주주의 자체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BBC는 ‘(집속탄 지원은) 미국의 위선에 대한 비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서방 동맹국들과 다소 갈등을 빚을 것이며 그 동맹의 분열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전했다.”

박은하·최서은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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