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영웅들’ 데리고 튀르키예서 돌아온 젤렌스키

박은하 기자 2023. 7. 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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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일 항쟁 이끈 지휘관 5명
전쟁 500일에 맞춰 귀국 조치
젤렌스키 “에르도안에 감사”
러는 “협상 내용 위반” 반발
귀국 항공기 안에서 어깨동무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귀국하는 항공기 내부에서 전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 5명과 어깨를 맞댄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80여일간 결사적 투쟁을 벌여 ‘저항정신’의 상징이 된 지휘관 5명이 8일(현지시간) 열렬한 환영 속에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이들이 고국에 돌아가선 안 된다는 조건하에 포로 교환 협상에 응했던 러시아는 반발했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전직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 5명과 함께 귀국했다.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3개월 가까이 이어진 포위전 끝에 지난해 5월 러시아에 함락됐다. 러시아군은 무차별적인 포격을 퍼부어 도시 전역을 파괴했지만, ‘최후의 요새’가 된 아조우스탈 함락에는 애를 먹었다. 이곳에 남아 있던 병사들이 굶주림과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악착같이 버텨준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밀어내기 위한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결국 아조우스탈이 함락될 때 2000여명의 병사들은 모두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혀 갔다. 다만 이들 중 지휘관 5명은 지난해 9월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이뤄진 포로 교환 협상 끝에 풀려났다. 대신 러시아는 이들이 종전까지 귀국하지 않고 튀르키예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러시아는 개전 후 500일이 되는 9일을 하루 앞두고 우크라이나인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존재인 이들 지휘관이 귀국한 사실이 알려지자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무도 우리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합의에 따르면 이 우두머리들은 분쟁이 종식될 때까지 튀르키예에 남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는 11일부터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회원국들이 튀르키예를 강하게 압박한 결과 이들의 신병이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들의 귀국이 허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남은 포로들도 전원 귀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크게 환영했다. 이날 귀국한 전 지휘관 중 한 명인 데니스 프로코펜코는 지난달 개시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주도권을 잡고 진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아조우스탈과 함께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흑해 뱀섬(즈미니섬)도 방문해 헌화하고 병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섬은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점령됐으나 같은 해 6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곳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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