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 가치’ 지켜낸 17년의 노력, ‘생태도시 순천’ 성공 모델 일궜다

강현석 기자 2023. 7. 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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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보존 나서…전봇대 제거·갯벌 복원 등 심혈
“자연보다 뛰어난 건축물은 없다” 주변지역 난개발도 억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516만 관람객·258개 기관서 방문
전남 순천시에서 열리고 있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관람하고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제공

전남 순천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지난 4~6월 156곳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방문했다. 광역과 기초를 합쳐 전국 지자체 243곳 중 무려 64%에 달하는 수치다. 일반 관람객도 500만명이 넘는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1일 개막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지난달까지 258곳 지방·중앙 행정기관과 의회, 공공기관 등이 찾았다. 같은 기간 일반 관람객은 516만6426명을 기록했다. 이들은 순천만 보존을 시작으로 생태도시로 완벽하게 바꾼 순천시의 비결을 배우겠다며 이곳을 잇따라 찾고 있다.

전국 지자체장들도 정원박람회를 ‘성공한 지방자치 모델’로 꼽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 정원박람회를 방문해 “ ‘정원도시 서울’을 구상하고 있는데 벤치마킹해야 할 곳이 정원박람회”라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신모델”이라고 했다.

‘생태도시 순천’은 17년 전 남해안 갈대밭의 가치를 알아본 시장과 공무원들 노력에서 잉태됐다. 민선 4기와 5기, 8기에 당선된 노관규 순천시장은 2006년 첫 임기 당시 연간 관광객 10만여명 수준이던 순천만 갈대밭을 대표 생태자원으로 보존하기로 했다.

공무원들은 수개월간 환경운동연합 ‘서남해안 갯벌탐사’에 동행하며 하굿둑 없이 바다로 열린 순천만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이후 쓰레기가 뒹굴고 모래가 반출되던 순천만 복원이 본격 시작됐다. 가장 먼저 흑두루미를 위해 들판 전봇대 282개를 뽑았다.

순천만 주변 773만㎡는 난개발을 막고자 생태계보호지구로 지정됐다. 반발은 거셌다. 보호지구 지정을 앞두고 ‘건축물을 짓겠다’는 개발행위 신고가 72건이나 접수됐지만 순천시는 허가하지 않았다. 노 시장은 “어떤 건축물이나 조형물도 자연보다 뛰어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순천만은 당시 지도에도 없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03년 이곳을 ‘여자만’으로 고시하고 표기했다. 1961년 해양지명으로 ‘순천만’이 고시됐지만 이는 해도에만 쓰였다. 공무원들은 관련 기관 등을 찾아가 지명변경을 요구했고 2011년에서야 ‘순천만’이 지도에 기재됐다.

순천만을 찾는 관람객은 2010년 300만명으로 늘었지만, 인근 도시가 확장되면서 개발 유혹도 있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자 시는 개발을 막기 위해 순천만에서 도심 쪽 4.1㎞ 상류 지역 땅을 모두 매입해 정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낡은 시청사를 새로 지으려 모아둔 400억원을 종잣돈으로 2013년 국내 첫 ‘국제정원박람회’가 순천에서 열렸다.

순천처럼 ‘정원’을 만드는 도시는 크게 늘었다. 현재 40곳에서 지방정원이 조성되고 있으며 25곳은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순천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잘 보존된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와 함께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순천만에는 역대 가장 많은 1만여마리 흑두루미가 찾아왔다. 정원박람회 관람객은 하루 평균 5만4000여명으로 순천은 ‘연간 관광객 1000만명’ 도시로 발돋움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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