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골대 강타 후 득점, 마치 데칼코마니 같았던 대전하나의 양 날개 김인균-신상은

(베스트 일레븐=대전)

골대를 때리면 그날 경기가 꼬인다는 축구계 속설이 있지만, 대전하나 날개 공격수 김인균과 신상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한판이었다. 수원 삼성 골대를 강타하며 팬들에게 아쉬움을 줬지만 이내 멋진 득점을 만들어내며 즐거움을 안겼다.

대전하나는 9일 저녁 7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21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2-2로 비겼다. 대전하나는 전반 17분 김인균, 전반 27분 신상은의 연이은 득점으로 앞서 나갔으나, 전반 30분 고승범, 후반 12분 뮬리치의 득점을 앞세운 수원의 추격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승패 여부를 떠나 전반 시작부터 30분까지 대전하나의 공격력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초반부터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려 승기를 잡겠다는 뜻이 분명해 보였는데, 유강현을 정점으로 좌우 날개에 위치한 김인균과 신상은의 파괴력이 실로 대단했다.

김인균과 신상은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골대를 강타했다. 김인균은 전반 1분 우측면에서 날아든 신상은의 땅볼 크로스를 노마크 상태에서 이어받아 장기인 왼발 슛을 날렸으나 허망하게도 수원 골문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모두가 득점을 확신한 완벽한 찬스였기에 김인균의 왼발 슛이 크로스바를 때렸을 때 대전 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장탄식에 빠져들었다.

김인균에게 완벽한 찬스를 제공한 신상은도 10여 분 뒤 마찬가지 상황을 접했다. 신상은은 전반 12분 저돌적으로 수원 진영 박스 우측면을 파고든 후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이것도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반대편으로 나가고 말았다. 초반에 두 번이나 완벽한 득점 기회를 잡았던 대전하나로서는 매우 씁쓸했을 장면이다.

그러나 두 선수는 각자 크로스바를 때린 아쉬움을 골로서 만회했다. 전반 17분에 터진 김인균의 득점은 마치 작품이었다. 서영재가 수원 진영 좌측 지역에서 쏘아올린 얼리 크로스를 수비수 세 명 사이에 있던 유강현이 머리로 방향을 바꾸자, 감각적인 오른발 발리슛으로 양형모 골키퍼가 지키는 수원 골문을 꿰뚫었다. 본래 왼발잡이라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데 애를 먹었을 김인균이지만 멋지게 찬스를 해결했다.

전반 27분 신상은도 못잖게 멋진 장면을 만들어냈다. 수원의 공격을 역습으로 되받아치는 상황에서 드리블하던 신상은은 당초 수원 수비수의 태클에 저지당했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볼을 안고 재차 돌파를 시도했다. 그리고 박스 우측면 공간에서 이기제의 견제를 뚫고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해결했다. 이 골은 신상은의 이번 시즌 첫 골이다.

두 선수가 킥오프 후 30분 동안 보인 퍼포먼스는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어쩌면 대전하나가 큰 점수 차로 이길 수 있겠다 싶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대전하나가 두 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전반 30분 고승범, 후반 12분 뮬리치에게 각각 한골씩 내줬다. 두 선수의 초반 러시 덕에 순식간에 앞서나갔으나 그 리드가 조금은 허망하게 날아갔다. 아쉬운 대목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