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치매 치료제 7전 8기

박종세 논설위원 2023. 7. 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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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알츠하이머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제 ‘레켐비’가 미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한 명, 전 세계 5500만명이 고통받고 있는 치매 치료의 길이 열린다는 소식에 세계가 반색하고 있다. 이 뉴스를 전한 조선닷컴 댓글엔 ‘시작이 반이니 다소라도 길이 열리길 성원한다’는 독자들의 간절한 반응이 달렸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유력한 원인은 환자의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다. 이 중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모두 실패했다. 반면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려는 시도는 힘들지만 조금씩 길을 열어가고 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는 2년 전 아두카누맙 성분을 이용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독성이 심하고 당시 임상 실험 2건 중 한쪽에서만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 결정에 FDA 자문 위원 가운데 3명이 사퇴했다. 그중 한 명은 미국 현대 역사상 최악의 약물 승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두 회사는 레카네맙이라는 성분으로 추가 실험을 성공시켜 이번에 정식 승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처음 보고된 것은 117년 전이다. 이후 87년이 지나서야 최초 치료제 ‘타크린’이 등장했다. 이후 도네페질 등 치료제 4종이 더 나왔으나 임상 증상만을 개선할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었다. 레켐비가 근본적 치료제이기는 하나 뇌부종·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미 FDA는 이 약을 승인하면서, 약 봉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크게 검은색으로 박스를 치고 경고문을 실으라는 ‘블랙박스 경고’를 덧붙였다.

▶치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약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약물이 혈관과 뇌 사이의 얇은 막인 ‘혈뇌 장벽’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물이 이 벽을 통과하는 순간 농도가 100분의 1~10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복용량을 늘리면 뇌를 제외한 전신이 약에 절어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그러다 보니 치매 치료제를 둘러싼 사기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한 미국 바이오 업체는 2년 전 알츠하이머 치료제 재료로 주가가 1주당 13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1주당 18달러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치매 정복을 위해 오늘도 인류는 전진하고 있다. 이준영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암도 초기엔 원인을 몰라 어려웠다”며 “시간이 걸릴 뿐 치매도 결국 극복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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