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막아라” 속초에 가두리 해수욕장 등장
시, 감시활동도 강화…이용객들 “그물망 있어 안심된다”
“그물망이 설치된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처음이라 어색하긴 합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니 마음은 편해요.”
지난 8일 문을 연 강원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해변 앞바다 수영 구간에 가로 600m, 세로 50m 크기의 그물이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그물망은 끝에 추를 매달아 해수면에서 바닥까지 팽팽하게 펼쳐지도록 설치돼 있어 가두리 양식장 시설을 연상케 했다. 그물코 크기도 가로세로 약 3㎝에 불과해 작은 물고기 이외엔 다른 해양 생물이 들어올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가두리형 그물망은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을 상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해파리 유입을 막기 위해 소형 그물을 설치한 적은 있었지만 동해안 해수욕장에 상어 차단용 대형 그물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녀 2명과 함께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김현성씨(43)는 “최근 동해안에도 상어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조금 불안했는데 그물망이 설치된 것을 보니 안심됐다”고 말했다.
최근 동해안에서 백상아리와 악상어 등 각종 상어류가 잇따라 그물에 걸려 잡히고 있다. 실제 지난달 23일 속초항과 장사항 인근 2.7~5.1㎞ 해상에서는 악상어와 백상아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데 이어 지난 1일과 6일 양양군 수산항과 삼척 임원항 인근 해상에서도 길이 210㎝, 둘레 120~150㎝ 규모의 악상어 2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지난 7일에는 삼척시 광진항 동방 약 1.2㎞ 해상에서 연안 구조정을 타고 순찰 중이던 해경이 청상아리로 추정되는 상어 1마리를 발견해 촬영하기도 했다.
속초시는 이에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해 속초해수욕장 수영 구간 전체에 그물망을 설치했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상어 피해 예방 안전수칙 및 행동요령’ 안내판을 설치했으며 수상안전 요원 45명을 투입해 감시활동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백상아리나 악상어 사체가 인근 해역에서 발견되긴 했으나 지금까지 동해 북부지역에서 피해를 당한 사례는 없다”며 “안전 관리를 빈틈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400여종 상어 가운데 성질이 난폭해 사람까지 공격하는 포악 상어는 백상아리 등 27종가량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7~10종의 포악 상어가 출몰하는데, 국내에서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상어는 주로 백상아리다.온대와 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는 백상아리는 영화 <조스>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식인상어다.
지난달제주 서귀포 해안가 갯바위와 전남 완도 해안가에서 무태상어와 백상아리 사체가 발견된 데 이어 최근 속초·양양·삼척 등 동해안 북부 해상에서 상어 5마리가 발견되자 해양경찰도 긴장하고 있다. 인근 자치단체에 그물망 설치 등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도록 긴급 통보하고, 경비정 등을 동원해 연안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해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주로 서·남해안에 자주 출몰하던 상어가 동해안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동해안도 더 이상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악 상어의 경우 먹잇감을 포착했을 때 시속 40~55㎞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상어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틀 녘과 해질 무렵엔 될 수 있는 대로 물놀이를 하지 말고 몸에 상처가 있을 때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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