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평 고속도 백지화 혼란, 원희룡 책임 묻고 국회 답 내놔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던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혼란이 커지고 있다. 원 장관이 양평 종점 변경의 전후 과정을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할 일인데, 왜 대뜸 백지화로 혼선을 자초하고 키웠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원 장관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국회는 노선 변경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업이 다시 추진될 방안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간단하다. 2017년 첫 계획 단계부터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줄곧 양평군 양서면에 있던 고속도로 종점이 윤석열 정부 집권 후인 지난 5월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어 버렸다. 새 종점 인근인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땅 수천평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노선 변경 문제가 뒤늦게 불거진 것이다. 그런데 원 장관은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며 1조7000억원이 넘는 국책사업 백지화를 돌연 선언했다.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데도 “제가 공약을 만든 정책본부장”이라며 자신이 공약을 파기해도 되는 양 얘기했다. 오만이자 월권이다. 양평 주민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독단적 결정을 한 그는 공복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석연치 않은 종점 변경에 대한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강상면 종점안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7월1일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가 취임한 이후다. 양평군은 지난해 7월18일 국토부로부터 ‘노선 검토 요청’을 받고, 8일 만에 논란의 강상면 종점안이 포함된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의견은 묻지 않았다고 한다. 2021년 당시 민주당 양평지역위원회의 주민 간담회에서도 ‘양서면 종점’ 변경 건의는 없었다고 한다. 양평군과 주민 요구로 고속도로 종점을 현재처럼 변경했다고 한 원 장관 설명과 배치된다. 김 여사 일가가 수년간 병산리 일대 토지 지목을 임야에서 대지·창고용지·도로로 변경하고 등록전환을 해 개발을 준비해온 정황도 확인됐다.
대통령실은 9일 “국토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향후 어떻게 될지는 여야가 논의하는 게 옳다”고 했다.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다. 여당이 사업 재추진으로 방향을 잡고도 “가짜뉴스로 선동한” 민주당 사과를 전제로 내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권력을 견제하는 야당의 상식적인 의혹 제기로 보는 게 맞다. 국회는 예타까지 통과한 종점이 왜 변경됐고, 누가 주도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 진상을 토대로 수도권 동북부 주민의 숙원이던 이 사업의 답을 책임 있게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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