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붓다 그쳤다 ‘도깨비 소낙비’에... 한여름 우박까지 쏟아진다
갑자기 퍼붓다가 그치는 ‘소낙비’가 10일 전국에 산발적으로 나타나겠다고 기상청이 9일 밝혔다. 한 주 내내 천둥·번개·돌풍을 동반한 요란한 비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지겠다.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엔 ‘한여름 우박’도 예고됐다. 1904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서울에 ‘7월 우박’이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현재 대기 불안정이 극에 달했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한반도 북쪽으로 통과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10일 전국에 소낙비가 수차례 내리겠다고 9일 예보했다. 10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예고된 비는 짧은 시간, 좁은 구역에 많은 양을 퍼붓고 잠시 쉰 뒤 다시 퍼붓는 양상을 보이겠다. 9~10일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과 호남권·제주도 20~100㎜, 영남권 5~80㎜다.
문제는 ‘집중호우’다.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수십 분간 ‘시간당 90㎜’의 비가 퍼부으며 빗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비구름대가 빠르게 서울 북동쪽으로 흘러나가며 빗물이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더라면 작년 8월처럼 서울에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돌발적 폭우가 한주 내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0일 경기·강원권 일부 지역에 우박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이는 현재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극도로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우박은 주로 대기 상·하층에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가 극과 극으로 위치할 때 생긴다. 하층의 수증기가 상승하며 찬 공기층에서 얼어붙고, 얼음 알갱이는 무게 때문에 다시 뜨거운 공기층으로 떨어진다. 일부 녹아 가벼워진 얼음 알갱이는 다시 상층으로 올라가 조금 더 큰 얼음이 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얼음이 점점 커지다 하늘에 더는 머물지 못할 정도로 커지면 지표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우박이다. ‘한여름 우박’은 아주 이례적이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7월에 우박이 내린 사례는 총 31차례다. 서울의 경우 119년간 한 번도 없었다.
우박은 대기 중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의 마찰이 여느 때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우박은 폭우·천둥·번개·돌풍을 동반한다. 대기에서 발생하는 기상 현상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셈이다. 올 5월 누리호 3차 발사 때도 발사대 주변 30㎞ 상공에서 우박이 관측돼 발사가 지연될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누리호 발사에 파견됐던 김연직 예보전문관은 “다행히 발사의 직접적 영향권인 반경 20㎞ 안쪽에선 우박이 관측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우박이 생긴다는 것은 기립한 발사체가 피뢰침 역할을 해 번개를 맞거나 비행 도중 돌풍과 천둥·번개를 맞을 우려가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11~12일에는 한랭건조한 티베트 고기압과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충돌해 장마전선을 형성하며 전국에 비를 뿌리겠다. 두 기압계의 세력 다툼 과정에서 장마전선은 세로로 폭은 좁고 가로로 길이는 긴 ‘끈 모양’으로 발달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많은 장맛비를 뿌리겠다. 13~14일에는 중부지방이 장마전선 바로 아래 놓이며 강한 비가 내리겠고, 15~17일에는 비가 전국으로 확대하겠다. 기상청은 “두 기압계의 확장 양상에 따라 강수 지역과 강수량은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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