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직전 퍼터 바꾼 황유민 …'3대 승부수' 통했다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3. 7. 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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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이틀전 맬릿 퍼터로 교체
마지막날 버디만 7개 잡아내
시즌중 드라이버샷 구질 바꿔
페이드로 고강도 반복 훈련
생각바꿔 단점보다 장점 집중
"방신실이 내 승부욕 자극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우승을 확정 지은 황유민이 오른손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황유민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대회 직전인 지난 수요일 블레이드 퍼터에서 맬릿형 퍼터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포천 이충우 기자

수만 번 상상했던 우승의 순간.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연습까지도 했지만 막상 생애 첫 우승의 순간엔 소심하게 한 손을 들어올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특급 신인 황유민의 우승 세리머니는 작고 소박했다. 하지만 호쾌한 장타와 과감한 플레이는 어떤 베테랑보다 화려하고 강렬했다.

9일 경기 포천에 위치한 대유몽베르CC에서 열린 KLPGA 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최종일 3라운드. 오전에 갑자기 내린 폭우와 낙뢰 경보로 대회는 오후 1시 30분에야 재개됐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최종일 우승 경쟁.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겠다는 걱정은 기우였다. 비로 인해 부드러워진 그린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선수들의 버디쇼가 펼쳐졌다.

치열한 버디 전쟁에서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프로 데뷔 7년 차 한진선이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특급 신인' 김민별과 황유민의 추격전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운명은 마지막 홀에서 갈렸다. 한진선이 파를 한 사이 황유민과 김민별이 나란히 버디를 잡아내며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공동 선두를 형성한 것. 그리고 이어진 운명의 연장전. 김민별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조금 벗어난 사이 황유민은 핀 2m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아냈다. 그리고 깔끔하게 홀에 볼을 집어넣으며 기나긴 승부의 막을 내렸다.

부끄러운 듯 소심한 세리머니를 한 황유민은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우승 소감을 말하며 울먹인 황유민은 "할아버지께서 제가 골프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셨다. 그런데 국가대표를 하고 계속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이니 지금은 정말 최고의 후원자가 되셨다"며 "할아버지께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짜릿한 우승. 황유민은 신인왕 레이스 1위를 질주하던 김민별을 밀어내고 1위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고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받아 상금 순위도 14위까지 올라섰다.

황유민의 생애 첫 우승.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라이벌과의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낸 달콤한 결과다. 일단 황유민을 다시 깨운 건 방신실. 황유민은 "방신실의 우승을 보고 내 골프를 다시 생각하고 정립했다. 또 동기부여도 많이 됐다"며 "조금 더 간절하고 진심으로 골프를 대하게 됐다. 내 승부욕을 깨운 라이벌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특히 황유민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다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유민은 앞서 올 시즌 내내 "신인왕도 신인왕이지만 가장 욕심나는 것은 우승이다. 우승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정도다. 올해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 뜯어고쳤다. 가장 어렵다는 드라이버샷 구질도 단숨에 바꿀 정도로 간절했다. "올 시즌 초반 왼쪽으로 크게 감기는 훅 구질이 가끔 나와 고생이 많았다. 좋은 흐름이어도 티샷 한 번의 실수로 흐름이 끊기고 우승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돌아본 황유민은 "그래서 바로 구질을 바꾸는 데 집중했고 4월 KLPGA챔피언십부터 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페이드 구질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부터 티샷을 자신 있게 해도 원하는 구질이 제대로 나왔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경기를 할 수 있었고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대회를 앞두고 던진 '승부수'도 효과를 봤다. 바로 퍼터 교체다.

황유민은 원래 감각이 중요한 얇은 블레이드 퍼터를 사용했다. 프로 데뷔 이후 한 모델만 사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회 직전인 지난 수요일 결심을 했다. 블레이드 퍼터에서 맬릿형 퍼터로 바꾼 것. 황유민은 "스트로크의 안정감과 템포 등의 편안함을 느끼고 어드레스 때 자신감을 주는 퍼터가 오디세이 화이트핫 버사 7번이었다. 그래서 바로 교체했다"고 털어놨다. 퍼터 덕분인지 황유민은 최종일 보기 없이 6개의 버디를 잡아냈고 연장전까지 버디를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다.

생각도 바꿨다. 황유민은 "이전에는 잘 안 되는 것만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단점보다 내 장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난 숏게임과 퍼팅이 좋기 때문에 다시 공격적인 '황유민식 골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민별은 아쉽게 올해 또다시 연장전 패배를 당하며 우승을 눈앞에서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토종 최장타자' 방신실은 아쉽게 4개의 파5홀에서 모두 파에 그치며 역전 우승에 실패하고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단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쉬운 성적이지만 앞서 열린 2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던 흐름을 바꾸고 남은 대회에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특히 최근 아이언을 교체하고 다시 거리감을 찾은 방신실은 이 대회 2·3라운드 36홀에서 단 1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고 버디만 13개를 잡아내며 다음 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단독 4위 상금 50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을 3억183만원으로 늘리며 상금랭킹에서 2계단 상승한 8위가 됐다. 또 신인상 포인트 150점을 받아 1015점으로 3위 자리를 지켰다.

디펜딩 챔피언 이소영은 앞서 이틀간 퍼팅 난조로 단 1타도 줄이지 못했지만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타를 줄이며 공동 22위로 마무리했다. 동시에 생애 첫 타이틀 방어에도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포천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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