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수도권 필적하는 '경제ㆍ정치ㆍ문화 중심지' 꿈꾼다
의회 구성, 단체장 선출… 또 하나의 지자체 탄생 예고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의 행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정통합'과 '메가시티(mega-city)', '메가리전(mega region)' 등의 용어가 범람하고 한켠에서는 마치 충청권 대전·세종·충남·충북 4개 시·도가 금세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로 통합될 것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충청권 발전을 위해 힘과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기대감이 지자체통합과 행정통합처럼 비쳐지는 모양새다.
<추진위원 위촉, 주민설명회 개최>
충청권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은 최근 주민설명회와 주민추진위원 위촉식을 가졌다. 4개 시·도를 순회하며 개최한 설명회에서는 특별지자체에 대한 소개와 향후 업무추진 방향 등을 홍보했다. 4개 시·도에서 학계, 언론계, 지역주민 163명이 참여한 주민추진위원은 소통과 홍보를 통해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과 이해도 제고에 노력하게 된다.
지난 3월에는 각종 사업을 발굴·수립·평가하는데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준비위원회도 구성했다. 준비위는 교수, 연구원, 시민단체, 공무원 등 48명이 참여했으며 기획, 인프라, 산업경제, 사회문화 4개 분과를 뒀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지자체 간 사무의 공동처리, 행정협의회, 지방자치단체 조합 등과는 크게 다르다. 별도로 공적 법인을 설립하고 의회까지 둬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특별지자체 의회는 기존의 지방자치단체 의원으로 구성하며, 특별지자체의 장은 이 의회에서 선출하게 된다.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처럼 직접선거는 아니지만 의회와 단체장을 두는 셈이다. 특별지자체와 의회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별도 선발하거나 기존 지방자치단체의 파견공무원으로 채워진다.
특별지자체는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것처럼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목적을 광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설립하는 조직이다. 광역+광역, 광역+기초, 기초+기초 방식으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광역교통·전략산업 육성 등 과제 발굴>
충청권 특별지자체의 설립 목적은 합동추진단에서 밝힌 것처럼 지역경쟁력을 강화하고 초광역적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지자체끼리 뭉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행정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지역현안을 적극 해결함으로써 충청권을 수도권에 필적하는 경제와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 키우자는 것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충청권 역시 수도권 집중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일부 시·군은 소멸위기에 처해있다. 행정수도인 세종시가 건설되고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지만, 수도권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고 충청권 내부의 갈등과 불필요한 경쟁도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도라는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초광역적 협력과 대응의 절실한 시점이다.
기존의 충청권행정협의회나 자치단체간 업무 협력을 넘어 4개 시도가 충청권특별지자체라는 상설적인 조직을 만들고 함께 대응하여 지역발전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합동추진단은 충청권 4개 시도가 함께 힘을 모아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부품 등 전략산업 육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광역교통망 확대로 경제공동체 및 3050생활권(4개 시·도 거점도시 30분, 전지역 50분 내 연결) 실현 국가사무 위임으로 선도적 지방분권 모델 확립 공통사무 통합 운영으로 주민행정 서비스의 효율 제고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유교문화권과 금강 등을 활용한 관광벨트 구축, 세계 및 전국 규모 스포츠·문화행사 유치 등에도 나서게 된다.
<'부·울·경 특별연합' 실패 거울 삼아야>
특별지자체는 국가 또는 시·도의 사무를 위임받아 일을 하게 된다. 현재 충청권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은 국가와 시·도로부터 사무를 위임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지방자치단체 제도는 역사가 짧다. 특별지자체 설치와 운영을 담은 지방자치법개정안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고,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가 '특별연합'을 추진하여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로부터 규약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부·울·경 특별연합은 지자체간 갈등이 심화돼 3개 시·도 의회가 각각 규약 폐지를 의결, 무산됐다. 이에 따라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특별지자체 설치와 운영이 충청권에서 처음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충청권특별지자체는 올해 연말까지 규약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추진단을 설치하고, 첫발을 내디딘 충청권특별지자체의 앞날에 난제가 산적해 있다.
첫째, 4개 시·도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의 경우 설립 단계까지는 협조가 잘됐으나 막상 운영이 시작되자 특정지역 유불리와 소외론이 불거지고 정치권에서 이견이 속출하면서 좌초됐다. 대안으로 부산·울산·경남 초광역경제동맹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부·울·경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충청권 4개 시·도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지일관 초심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적절한 지역현안과 과제 발굴이다. 광역교통과 산업경제, 문화,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충청권 공동발전을 담보할만한 과제를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대형 과제를 제대로 발굴, 해결하느냐의 여부가 특별지자체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4개 시·도의 연구원을 통합운영하거나 특정 사안에 대해 공동TF를 구성,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충청현안 해결, 지역발전 구심점 될까?>
셋째, 중앙정부와 시·도에서 적절한 사무를 위임받는 것도 중요하다. 특별지자체에서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무를 골라내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 자칫하면 사무 이관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고,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옥상옥'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시·도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특별지자체를 만드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행정조직을 늘리고 세금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성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무산된 데서 보듯 광역 지자체 통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와 농어촌 행정이 크게 다른 데다가 통합에 따른 셈법도 제각각이어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총론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수백년 역사를 가진 중앙정부-시·도-시·군·구 3단계 행정체계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선 가능한 지역현안부터 찾아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
충청권 특별지자체에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지역민들은 충청권이 오랜 세월 정치 경제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고 여기고 있다. 특별지자체가 구심점이 돼 지지부진한 지역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 지역발전을 앞당기라는 것이다.
걸음마를 시작한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지역민의 염원과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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