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미래] 협소하고 획일적인 대통령의 미래세대론

한겨레 2023. 7. 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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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미래학을 공부할 때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웠던 과제 중 하나가 '미래세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었다.

미래학에서 미래세대는 '현세대가 살아 있을 때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후세대'를 의미한다.

어떤 일들은 미래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들 것 같아 현세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또 다른 일들은 미래 사회와 환경을 망쳐놓을 것 같아 '당장 멈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어서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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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정책 점검회의’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대학원에서 미래학을 공부할 때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웠던 과제 중 하나가 ‘미래세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었다. 미래학에서 미래세대는 ‘현세대가 살아 있을 때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후세대’를 의미한다. 자식 세대와 손자녀 세대를 훨씬 넘어서는 세대이다.

한번은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미래세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역할극을 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현세대를, 다른 그룹은 미래세대를 대표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강의실 밖에서 대기하다가 현세대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먼저 강의실로 들어와 원형으로 놓인 의자에 한 사람씩 앉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조용히 들어와 현세대 학생들 앞에 마주 앉는다.

현세대 학생들은 미래세대 학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한 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환경, 기술 등에서 주요 이슈를 말해준다. 이 역할극의 핵심은 대화가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미래세대는 현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그에 관해 의견을 말할 수는 없다. 아직 태어나지 않아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역할극이 끝나고 미래세대를 대표했던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 이들은 현세대가 벌여놓은 일들이 자신이 살고 있을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했다고 한다. 어떤 일들은 미래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평화롭게 만들 것 같아 현세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또 다른 일들은 미래 사회와 환경을 망쳐놓을 것 같아 ‘당장 멈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어서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미래세대가 철저히 소수·약자의 처지에 놓여 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지배적인 현세대의 모든 행위를 막을 수도, 도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현재의 정책들과 사건들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려면 시간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처지가 무력하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현세대 중에서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을 통해 미래세대의 마음을 전달하고 미래의 불행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래세대를 가장 자주 언급하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언론 기사나 정부의 정책 브리핑을 보면 대통령의 ‘미래세대’ 언급은 잦다. 대통령의 미래세대는 주로 청년 세대에 국한된다. 현실 정치공학에서 미래세대를 청년 유권자로 한정한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청년’을 마치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획일적 집단으로 대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면,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해고와 채용이 더 유연해지는 것을 찬성하고(7월6일 청년정책점검회의), 현금성 재정지출을 약탈로 규정하는(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집단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미래세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내세워 논란이 많은 정치적 주장을 펴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는 다양한 인간들을 마치 하나의 개인인 것처럼 조직한다”며 “인간의 세계를 구성하는 복수의 다원성은 사라지고 단수의 획일성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미래세대론은 미래세대에게 일방적 선택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스스로 논의하고, 더 나은 선택지를 추진하면서, 문제를 끊임없이 보완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파격적이지만 미래세대부처를 신설하거나, 모든 부처에 더 많은 소수약자를 대변하는 미래세대국을 두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대통령과 장관들이 장기적 시각에서 미래세대의 마음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 그게 곧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바꾸는 대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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