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p 금리차` 감당할 수 있나
美 이달 '베이비스텝'땐 2%p차
경기불안에 자금이탈 우려 여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 2월과 4월, 5월 3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0%로 묶었다.
일단 이번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더 올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체율 급등으로 새마을금고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을 깨고' 금리를 높이면 자금 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길 우려도 큰 상황이다.
◇물가 이젠 사정권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다. 21개월만에 2%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7월 고점인 7.9%를 찍은 후 5.2%포인트(p)나 하락한 것이다. 하락세는 더디지만 근원물가도 5월 3.9%에서 지난달에는 3.5%로 낮아졌다.
물론 한은의 물가목표치인 2.0%는 아직 요원하다. 또한 한은은 물가가 다시 소폭 올라 연말에는 3% 안팎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물가가 일단 예상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6월 물가는 예상대로 2%대로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어두운 하반기 경기 전망은 고민거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올해 국내 총생산(GDP)이 1.4%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 1.6%보다 0.2%p 낮춘 것이다. 경기는 반도체 수출이 3분기부터 회복세를 타는 등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할 단계다.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전세난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부동산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일부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도 금리 동결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딜레마에 처한 가계부채 문제도 동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금리를 올리면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내리면 가계 대출 증가 속도에 탄력이 붙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가계 대출 규모는 지난해에만 1800조원을 넘었고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연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 데 쓰는 이들로 분류되는 DSR 70%가 넘는 대출자는 이미 299만명에 달한다.
◇한미 금리차 2%?…감내할 수준
한국과 미국간의 기준금리 격차도 고려 대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일단 멈춰둔 정책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만약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금리를 0.25%p 올린다면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0%p까지 벌어진다.
이렇게되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2.0%p 격차가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75%p다.
이 역시 경험해보지 못한 격차다. 당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가 증가하면서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국내 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114억3000만달러(약 15조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공표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유입세를 나타냈다.
이창용(사진)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미 연준의 7월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다만 만일 연준이 이달에 이어 9월에도 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은도 추가 인상을 심각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환율 때문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이 2.25%p의 격차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 인하는 언제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만큼 당장 오는 10월부터 금리를 낮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인하 기대가 커지는 이유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당분간 주요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확대된 한미 금리차와 아직 불안한 물가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덕"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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