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맞아서 살 빼는게 말이 돼?”…세계적인 갑부도 효과 봤다는데
지방량을 쉽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체질량지수를 이용해서 비만을 진단한다. 킬로그램 단위의 체중을 미터 단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 체질량지수다. 예를 들어 키 160cm에 체중 70 kg이면 70 나누기 1.6의 제곱으로 계산해 체질량지수는 27.3이 된다. 체질량지수가 30을 넘으면 비만, 25를 넘으면 과체중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이보다 낮은 체질량지수에서 각종 비만 관련 질환이 잘 생기기 때문에 25 이상을 비만, 23 이상을 과체중으로 분류한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식이·운동요법이 가장 중요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약물치료나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의 국제 기준은 체질량지수 30 이상 혹은 27 이상이면서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로 정한다. 수많은 비만 약물이 개발됐지만, 각종 부작용으로 얼마 가지 못하고 의료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비만약물을 개발자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최근 역사만 살펴보더라도 리모나반트가 자살 위험 증가로, 시부트라민이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로, 로카세린이 발암 위험 증가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사라졌다. 비교적 안전한 약제인 올리스타트, 펜터민 등은 체중을 5% 정도 줄여주는데, 비만인들이 만족하기에는 효과가 부족하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부프로피온+날트렉손’ 같은 복합제도 최근 꾸준히 처방되고 있다. 이렇게 두 약제를 병합한 경우 체중이 더 많이 빠지기는 하지만, 최대치는 10% 정도다. 최근 주사제인 삭센다 열풍을 이끈 리라글루타이드도 10% 정도 체중이 빠지는데, 매일 주사해야 하는 불편감과 주사 초기에 메스껍거나 구토를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20-30% 정도 체중감량이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에서 효과적이면서 안전하게 살을 뺄 수 있는 약이 최근까지 없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일론 머스크 등 해외유명 인사가 비만치료 주사제를 맞고 체중을 크게 줄였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유명세를 탄 약이 있다. 너무 유명해져서 약품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다름 아닌 리라글루타이드의 형님 뻘이 되는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라는 이름으로 처방된다)라는 약물이다. 경쟁사에서는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처방된다)를 개발했다. 이 약들은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이라는 호르몬을 약으로 개발한 것이다. GLP-1은 식후에 소장에서 분비돼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 운동을 느리게 하며,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당뇨병과 비만에 큰 효과를 보인다. 비만 환자에서 15~20% 체중 감소를 일으키는데, 지금까지 약물치료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의 약효다. 부작용으로는 삭센다와 마찬가지로 메스껍꺼나 토하는 수가 있는데, 대개는 치료 초기에 나타난다. 삭센다와는 달리 1주에 1회 주사하는 약이어서 편리성도 높였다. 식후에 소장에서 분비돼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이용하는 치료이므로 비교적 안전하며, 심혈관질환에 대한 보호 작용 및 당뇨병 환자의 콩팥 합병증에서 단백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허가돼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새로운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올 하반기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를 위해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비만 치료의 새로운 판도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료함으로써 앞으로 비만 관련 질환 예방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돼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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