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시 IAEA 사무총장 2박3일 방한 일정 종료···한국인들 얼마나 설득했을까

박은경 기자 2023. 7. 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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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박3일 간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9일 출국했다. 8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면담했다. 영상 외교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박3일 간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9일 출국했다. 방한 내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최종보고서 내용을 되풀이했다. IAEA 입장에 우호적인 국내 언론과 개별 인터뷰하며 “(오염수를) 나도 마실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대 여론이 높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과학적 설명보다 정치적 플레이만 했다는 지적이 야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나온다.

그로시 총장은 IAEA 최종보고서를 지난 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달한 후 인접국이자 반대 여론이 비등한 한국을 방문했다. IAEA 최종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8일 오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났다. 사진 외교부

그로시 총장의 방한은 입국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했지만 규탄 시위대에 막혔다. 정의당, 진보당,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입국장 일대에서 ‘IAEA 보고서 폐기하라’ ‘해양방류 반대한다’ 등 문구가 적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로시 총장은 입국 2시간이 지나서야 화물 운반용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8일 오후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박 장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안전성 검증과 국민적 안심을 위한 IAEA의 협조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정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 아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배출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안정성이 검증돼야 하며, 국제법·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음을 박 장관이 그로시 총장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박 장관에게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의 안전성을 평가한 IAEA 최종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그로시 총장은 방한 기간 IAEA 보고서에 우호적인 국내 일부 언론과 연쇄 인터뷰를 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후쿠시마가 아닌 북핵”이라고 말했다. 또 오염수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나도 마실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오염수를 단순한 ‘물(water)’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해 방류한다면 수산물 오염도 없다”는 의견까지 피력했다. 오염수 방류에 강경 반대 입장인 한국 야당을 향해 “집권하더라도 IAEA를 상대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발언도 했다.

그로시 총장이 과학적 설명보다 일방적인 전달에 치중하는 보여주기식 행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그로시 총장과 민주당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IAEA가 국제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치적인 논란이 될 수 있는 행동이나 발언들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치적 활동을 하지 말아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아르헨티나 외교관 출신이다. 2019년부터 임기 4년의 IAEA 사무총장에 임명됐고 올해 임기가 4년 연장됐다.

그로시 총장은 한국에 이어 뉴질랜드, 쿡제도를 방문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배출을 강하게 반대하는 국가들이다. 쿡제도는 호주·뉴질랜드 등 이 참가한 지역 협의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의장을 맡고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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