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에 제주 갈치 냉동차 실으면…운전기사는 다른 배 타고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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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4시 제주항 제9부두.
화물차를 놓고 김씨를 이동하게 만든 화물선 관련 규제도 전형적인 '탁상 규제' 사례로 꼽힌다.
이 규제 탓에 이날도 A화물선에는 제주산 농수산물을 실은 총 25대의 탑차가 실렸지만, 12명의 기사만 화물선에 함께 승선했다.
제주발 부산행 여객선이 없어 부산행 화물차 기사들은 '대리기사'를 고용해 탁송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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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물기자 울리는 '탑승 규제'
안전 이유로 탑승 12명으로 제한
나머지는 여객선 잡아 따로 이동
배 없으면 '대리기사' 고용하기도
"냉동차 기사라도 규제 풀어달라"
8년째 호소해도 해수부서 반대
지난 6일 오후 4시 제주항 제9부두. 냉동·냉장 갈치를 가득 실은 4.5t 탑차를 타고 부둣가에 들어온 화물차 기사 김모씨가 화물선 앞에서 시동을 켠 채 차에서 내렸다. 김씨는 뒤편에 화물선사가 마련해 둔 승합차에 허겁지겁 올랐다. 김씨가 향한 곳은 옆 부두 여객터미널. 화물선과 여객선은 매일 오후 5시를 전후해 제주에서 목포, 부산 등으로 출항한다. 날마다 제주항에선 화물차 따로, 운전자 따로 뭍으로 향하는 진풍경이 반복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일관되게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활동 현장에서는 불합리한 규제가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상까지 깊숙하게 파고든 규제가 산업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화물차를 놓고 김씨를 이동하게 만든 화물선 관련 규제도 전형적인 ‘탁상 규제’ 사례로 꼽힌다. 현행 선박안전법 시행규칙은 화물선에 승객이 최대 12명 탈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는 정부에서 정한 ‘임시승선자’ 범위에 들어가는 인원만 제한적으로 탑승할 수 있다. 그런데 2015년까지 임시승선자 자격에 ‘화물관리인’ 명목으로 포함됐던 화물차 기사가 2016년부터 돌연 빠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해양수산부가 별다른 설명 없이 이들에게 임시승선자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고 변경하면서다.
이 규제 탓에 이날도 A화물선에는 제주산 농수산물을 실은 총 25대의 탑차가 실렸지만, 12명의 기사만 화물선에 함께 승선했다. 나머지 13명의 기사는 여객선을 타고 따로 이동했다. A화물선사 대표는 “화물선에 함께 타지 못한 기사들은 화물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늘 불안해한다”고 호소했다.
‘배 따로 사람 따로’의 촌극은 제주와 목포, 부산 등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제주에서는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 간 거리가 짧아 불편이 덜하다. 이튿날 새벽까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도착해야 하는 화물차가 내리는 목포는 화물선과 여객선 도착 터미널이 차량으로 30분 걸릴 정도로 떨어져 있는 탓에 각 화물선사가 화물차 기사를 승합차에 태워 이동시키고 있다. 제주발 부산행 여객선이 없어 부산행 화물차 기사들은 ‘대리기사’를 고용해 탁송을 요청한다.
화물선 해운업계는 “최소한 냉동 차량 운전자만이라도 임시승선자 범주에 넣어달라”며 수년째 관련 규제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규제개혁 기관인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올해에만 세 차례 관련 문제를 건의했다. 국무조정실도 2016년 제주도의 건의를 받아 이 사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모두 해수부 반대로 막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안전 및 비상시 대응을 위해 임시승선자 제도가 제한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8년째 개선 기미가 없는 ‘화물차 규제’처럼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수다한 규제가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첨단 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산업용 로봇은 최근까지 안전기준 부재로 사실상 불법으로 사용됐다. 이동식 협동로봇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는 탓에 로봇이 이동 중에 작업이 불가능하고, 로봇 팔의 동작 속도가 초당 250㎜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구에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실증을 거쳐 안전성을 검증했고, 지난해 12월 임시 허가로 뒤늦게 전환했다. 이 규제는 올 하반기에나 개선될 예정이다.
각종 생활 속 규제 개혁을 책임지는 이영 중기부 장관은 “규제를 한 올 한 올 풀어서는 혁신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부수겠다’는 자세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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