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 '줌'으로 치매 교육을? 한국의 디지털化, 일본보다 훌륭"

정심교 기자 2023. 7. 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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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日 야마자키 마야 전 중의원 & 고령자주택신문 아미야 토시카즈 대표

청출어람(靑出於藍).

2023년 현재 한국의 노인복지 정책과 관련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고사성어다. 일찌감치 초고령 국가에 들어선 일본은 세계 각국에서 고령 정책·산업을 벤치마킹하는 대표적인 나라였다. 우리나라도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기 전, 관계자들이 일본의 관련 정책과 시스템을 견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의 노인복지정책과 고령자 비즈니스가 눈에 띄게 발전하면서 오히려 세계가 시니어 정책과 실버 비즈니스를 벤치마킹하는 나라로 우뚝 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의 고령자 요양사업 전문가들과 실버 비즈니스 전문가 35명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시니어라이프협회(회장 고종관)와 일본 고령자주택신문(대표 아미야 토시카즈)가 공동 개최한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실버 비즈니스 시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노인병원장, 요양시설 원장, 대학교수, 실버 비즈니스 기업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인천시 서구)과 연계해 운영 중인 시니어타운 '마리스텔라' 현장을 시찰했다. 이어 민간 데이케어센터인 '롱라이프 엘더가든' 수원·용인점, 마포노인종합복지관과 데이케어센터 등을 견학하며 한국 노인 돌봄 정책과 서비스의 흐름을 읽었다. 특히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선 일본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강서구치매안심센터는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가 주관해온 '치매관리사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근 3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시찰단에 참가한 야마자키 마야(시찰단장) 전 중의원, 아미야 토시카즈 일본고령자주택신문 대표에게 한국의 노인복지정책과 실버산업의 현주소를 물었다. 야마자키 전 중의원은 개호보험 등 일본의 고령자 복지정책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이다. 또 아미야 토시카즈 대표가 운영하는 주간지인 일본고령자주택신문은 노인의 주거와 간병·의료를 연결하기 위해 요양(개호)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구미·아시아의 해외 시찰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의 요양 서비스에 대한 의견, 한일 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차이점을 물었다.

(사진 왼쪽부터) 아미야 토시카즈 일본고령자주택신문 대표와 야마자키 마야 전 중의원. /사진=한국시니어라이프협회
Q. 한국의 실버케어와 요양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야마자키 마야 전 중의원(이하, 야마자키 전 중의원)"일본에서 처음 개호보험(한국으로 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만들 때 심리원으로 있었다. 1995년 시의원 시절 개호보험 준비에 참여하고,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 23년 됐다. 한국은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일본에서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현실에 맞게 체계화했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국 실정에 맞게 뿌리를 내린 게 인상적이다."
아미야 토시카즈 대표(이하 아미야 대표)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 이번에 현장에서 직접 보니 일본의 시스템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잘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서 많이 놀랐다. 특히 실버케어 서비스 수준이 굉장히 높고 우수하다는 걸 체감했다. 치매 예방·관리에 대한 운영도 아주 잘 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Q.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관련해 한국이 일본과 다른 점은?
야마자키 전 중의원 "치매센터·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국의 강서구치매안심센터를 방문했을 때 알게 된 교육·운영시스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치매센터 방문이 힘든 상황에서도 '줌'(영상회의 앱) 같은 디지털 사용법을 노인들에게 가르쳐 치매 관리 교육을 진행했다는 설명을 듣고, 일본보다 훨씬 많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미야 대표 "일본도 한국처럼 지역사회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지만,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시스템을 잘 벤치마킹해서 한국 현실에 맞게 적절히 녹여내서 앞서가고 있는 것은 부러운 부분이다. 한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합해서 보건소를 운영, 실무적인 모든 정책을 중점 관리해 특화한 것 같다. 이와 관련 일본은 지자체나 국에서 관련 정책을 각각 운용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노인의 질병 예방 활동, 치매 등에 대한 디지털화가 훨씬 더 앞서 있다. 일본도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수요가 있어 추진하려고 하지만,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이 많이 앞서 있고, 일본도 더 늦기 전에 빨리 디지털화를 이뤄야 한다는 걸 느꼈다."
Q. 개호 로봇 등 기술적·산업적인 측면은 일본이 많이 발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아미야 대표 "일본은 다양한 노인 생활과 케어를 돕는 개호 로봇 등의 적용이 빠르긴 했지만 아직 활성화하진 않았다. 현재 개호 로봇 가운데 노인 이동 수단 로봇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거동이 힘든 노인을 이동시킬 때 요양사들이 로봇을 신체에 착용하면 허리·관절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야마자키 전 중의원 "혼자 생활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대화를 걸고, 카메라도 달려서 노인들의 안전사고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로봇의 활용이 점차 늘고 있긴 하다."

Q. 한국엔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야마자키 전 중의원 "일본도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고독사 등 독거노인에게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일본 기업은 실내·냉장고 등에 CCTV 등 모니터를 설치해 음식 섭취 여부, 화장실 사용 여부 등 일상을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해 내놓기 시작했다. 노인 모니터링 서비스가 아직 활성화한 게 아니어서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지원해 주는 곳도 있고,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역도 있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시설·장비 설치 지원은 국가에서 많이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노인의 실내 낙상 방지를 위해 각 가정의 시설을 개보수하도록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휠체어·침대 등 보호장구에 대한 지원만 있을 뿐 이 같은 낙상 방지 시설에 대한 지원은 없다.
Q. 일본은 노인 낙상 예방을 위한 시설 지원이 어떤가?
아미야 대표 "일본은 재택 시설 개보수에 대한 정부 지원율이 높다. 시설 개보수에 발생하는 총비용의 1%만 개인이 부담하면 된다. 소득이 많은 사람도 2% 부담에 그친다. 소득에 따른 본인부담금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
야마자키 전 중의원 "시설 개보수 본인부담금 1% 이외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그 때문에 노인들이 집에서 생활하다 넘어질 수 있는 화장실·침대 같은 곳에 손잡이 등 다양한 낙상 예방 시설을 설치해 낙상을 줄일 수 있다."
Q. 한국에서는 대규모 시니어타운이 생기고 있다. 일본은 어떤가?
야마자키 전 중의원 "일본은 처음부터 개호보험으로 노인 대부분이 요양시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때문에 큰 규모의 시설보다 지역사회에 알맞은 작은 시설들이 많이 존재한다. 한국은 민간투자 성격의 대규모 시니어타운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한국과 일본은 풍습, 생활 습관이 굉장히 비슷하다. 가까운 이웃으로서 정보 교류를 이어 나가서 부족한 시니어 관련 인재 육성, 비즈니스 발굴 등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아미야 대표 "한국의 실버타운은 대형화·고급화가 특징이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인 것 같다. 반면 서민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역적으로 작은 소규모 시설을 늘려 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 같다. 민간차원의 작은 시설에도 정부의 정책 지원을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 국가지만 그동안 정보 및 산업 교류가 잘 안됐다. 이번 세미나와 한국 방문을 계기로 민간 차원에서 활발한 교류를 시작하면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있을 것이고, 결국 양국 시니어 정책 및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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