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해양 방류 연기·대안 검토 요청”···IAEA 사무총장 ‘답변 회피’로 거부

신주영·이두리 기자 2023. 7. 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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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면담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9일 국회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연기와 대안 검토를 위한 공동 행동을 요청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거절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면담을 통해 “IAEA는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그 절차와 기능 등 모든 면을 계속 검토하기 위해서 수년, 수십년 동안 계속해서 (후쿠시마 현지에) 상주할 예정”이라며 “IAEA 지역사무소를 일본 후쿠시마에 개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행 계획을 어떻게 잘 실천할지에 대한 여러분의 우려와 염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검토한 IAEA 보고서에 대해서는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위성곤 민주당 대책위원장은 “대책위는 일본이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연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다른 대안을 검토할 것을 공식 요청한다. IAEA도 이러한 저희들의 공식 요청에 함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위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IAEA 분담금 2.5%, 약 140억원의 분담금을 내는 회원국”이라고 강조했다.

위 위원장은 “IAEA 최종 보고서의 부실함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위 위원장은 “IAEA 보고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 검증도 하지 않았으며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사고 원전에서 나온 핵폐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핵폐기물에 해당한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용인하는 것은 전 세계 고준위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IAEA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유엔 해양법협약 위반 여부를 검토를 하지 않았다”면서 “일반안전지침 GSG-8, 9 위반 등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 확보, 최적 대안 여부 등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4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주변국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 내린 것은 ‘셀프 검증’이자 ‘일본 맞춤형’ 조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그 물을 바다에 버리지 말고 물부족 국가인 일본이 국내에서 음용수로 마시든지 아니면 공업·농업용수로 쓰라고 일본 정부에 권고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로시 총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 그 안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이날 면담에는 민주당 측에서 위 위원장, 우 의원, 양이원영·이재정 의원, 이소영 원내대변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송기호 변호사가 참석했다. IAEA 측에서는 그로시 총장과 함께 디에고 칸다노 라리스 IAEA 수석고문이 자리했다. 약 54분간의 공개 면담이 끝난 뒤 39분간의 비공개 면담이 이어졌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면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비공개 면담에서 IAEA에 해양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 검토, 해양방류 일정 연기, 보건·환경·인권 국제기구와 IAEA가 포함된 새로운 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그로시 총장은 첫번째와 두번째 제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고 세번째 제안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에서는 한·일 정부가 IAEA 보고서를 토대로 해양 방류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IAEA는 방류 정당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지만, 그로시 총장은 질문에 대부분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면담이 진행되던 국회 앞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 50여명이 집회를 열고 “그로시 고 홈(Go home·집으로 가라)” “해양투기 결사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전 국민이 반대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괴담 선동으로 공포를 조성할 것이 아니라, IAEA의 아무런 통제 없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북한 핵시설의 위험성에 대한 공론화에 같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IAEA 검증 결과를 부정하는 집단은 우리나라 야권뿐”이라며 “국제적 망신”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항의 시위를 벌인 시민들에 대해 “결과 보고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교사절에 대한 저급한 정치적 시위는 국격을 떨어트렸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을 겨냥해 “IAEA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못 믿으면 무엇을 믿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민주당이)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척하며 불안·공포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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