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래, 빈곤하게 살겠습니까…노후자금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7. 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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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오는 12일 본격 시행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최근 10여 년간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퇴직연금 시장이 선진국처럼 수익률을 통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연금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저출산 고령화에 더해 노후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0년 장기 투자인 연금은 수익률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노후 생활이 달라진다. 디폴트 옵션이 투자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 1분기 말 338조3660억원에 달한다. 지금 추세라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10년후인 2022년엔 130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파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저조하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예·적금에 묻어둔 DB(확정급여형)의 비중은 189조원(56%)으로 가장 크고, 가입자가 운용하는 DC형(85조원)과 IRP(64조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보수적인 운용이 대세로 자리잡아온 탓에 10년간 연평균 운용수익률은 2.39%에 불과하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 수익률도 2.73%에 그친다. 말만 DC형이지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80%에 달한다.

문제는 물가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하는 수익률로는 노후 생활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1%로 퇴직연금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한다. 실질적인 돈의 가치를 하락한 셈이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원리금보장상품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에 따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당수 가입자들이 상품을 스스로 결정하고 투자를 하는 것을 막막하게 여기고 있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매일경제가 미래에셋증권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품 운용을 연 1~2회 했다는 응답(45.6%)이 가장 많았고, 최근 1년간 상품 운용 지시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가입자가 38.2%에 달했다. 연 5회 이상 운용한 적극적인 가입자는 7.4%에 그쳤다.

하지만 디폴트 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가입자간 운용상품 선정과 이에 따른 수익률에 따라 향후 노후 생활 격차도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매일경제가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투자기간과 수익률에 따른 연금수령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매달 50만원 적립하고 연평균 5% 수익률을 냈다고 가정할 경우 30년 후 연금 수령액은 약 4억1786만원에 이른다. 반면, 수익률이 2%에 그칠 경우 연금 수령액은 1억7000만원 가량 줄어든다.

매월 100만원을 납입해 적극적으로 운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 수익률 2%는 30년 후 수령액이 5억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5%로 높아지면 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얼마 안돼 보이는 수익률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장기 적립식 투자”라며 “디폴트 옵션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노후 생활이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성패는 디폴트 옵션 도입과 함께 가입자들의 높아진 기대수익률과 안전자산 선호라는 배치되는 투자심리를 어떻게 해소시키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래에셋 설문결과에서도 10명 중 7명이 향후 5% 이상 기대수익률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운용은 저위험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노후 자산은 안전하게 투자해야 하고, 주식을 투자하면 결국 손해를 볼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장기 안전 투자 성과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이에 걸맞는 선진국형 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의 장기 성과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가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투자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디폴트옵션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수익률 및 수수료 정보 강화‘(48.5%)가 시급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투자 상품 다양화‘(16.2%), ’적극적 제도 홍보(17.6%), ‘가입자 교육’(11.8%)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디폴트옵션 정착을 위해서는 가입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가입자 교육은 물론 투자 편의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006년 연금보호법(PPA) 개정을 통해 확정기여형(DC) 제도인 401K의 자동가입과 함께 디폴트옵션을 본격 시행한 미국의 경우 근로자가 입사 후 90일 이내에 적용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사용자인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상품으로 퇴직연금이 자동 운용된다. 한국의 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미국의 401K의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8.4% 수준이었다.

임예진 근로복지연구원 퇴직연금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DC제도 가입자 대다수가 적격디폴트상품 중 TDF를 선택한 배경은 저렴한 수수료와 장기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사용자 관점에서는 운용 손실에 대한 면책조항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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