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고픈 말들 노래로”… BTS 10년 여정의 기록 [뉴스 투데이]

이강은 2023. 7. 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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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 맞아 회고록 ‘비욘드 더 스토리’ 출간
‘아미’ 탄생일에 23개 언어로 선봬
일곱 멤버들 진솔한 인터뷰 담아
“데뷔 초 인정받고 싶어 고군분투”
해외시상식 신경전 등 일화 눈길
“‘선한 영향력’ 수식어 때론 부담
팬들 행복 위해 계속 달려나갈 것”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위해서든, 저 자신을 위해서든,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야 한다’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어요. … 어찌 보면 우리가 되게 불안하고 모순적인 위치에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계속 있지 않겠나….”(RM)

“지금의 저희에게 성적이나 인기, 거기서 따라오는 돈 같은 건 아주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는 것 같아요.”(지민)

빅히트 뮤직이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9일 발간한 책 ‘비욘드 더 스토리: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BEYOND THE STORY: 10-YEAR RECORD OF BTS)’에 나오는 내용이다.
서점가에 아미들 발길 방탄소년단(BTS)이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삶 등을 솔직하게 담은 책 ‘비욘드 더 스토리: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를 ‘아미 데이’인 9일 출간한 가운데 팬으로 보이는 한 외국인이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를 찾아 ‘비욘드 더 스토리’ 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5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에는 ‘21세기 팝 아이콘’이 된 그룹 BTS의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후 10년간 지나온 삶이 일곱 멤버의 목소리와 함께 진솔하게 담겼다. 홍대 공연장에 서고 싶었던 래퍼(RM·본명 김남준·29), 연기를 전공하던 대학생(진·김석진·31), 10대 시절부터 곡을 만들어 팔던 프로듀서(슈가·민윤기·30), 비보잉을 하던 거리의 춤꾼(제이홉·정호석·29), 현대 무용을 배우던 예고 학생(지민·박지민·28), 연예인을 꿈꾸며 색소폰을 연주하던 소년(뷔·김태형·28), 기획사 7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던 중학생(정국·전정국·26). 10여년 전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꿈을 키우던 청소년 일곱 명이 만나 기적을 이뤄가기까지 만만치 않았던 여정이 기록돼 있다. 제목 ‘비욘드 더 스토리’처럼 지금까지 이들에 대해 들을 수 없었던 궁금한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 2010년 12월 크리스마스이브에 광주에서 상경한 정호석(제이홉)이 강남의 화려한 풍경에 잔뜩 위축된 채 연습생 숙소에 도착한 뒤, 먼저 와 있던 민윤기(슈가)를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제이홉은 데뷔 준비 과정에 대해 “‘으아악!’ 하며 연습해서 모니터링하고, 처음부터 다시 연습해 보고, 또 ‘으아아아!’ 연습하면 밤 10시가 됐다”고 회고했다. 멤버들은 어느 래퍼로부터 디스(Diss·깎아내림)를 당한 일, 가사가 논란을 빚은 일, 재계약 시점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일 등 힘들었던 시기에 관해서도 털어놓는다. 책은 BTS가 멤버들의 생각과 경험을 음악으로 직접 표현하는 팀이며,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려 고군분투했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BTS의 지난 10년을 집대성한 앤솔러지(선집) 음반 이름이 ‘프루프(Proof)’인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RM이 활동 초창기를 언급하며 “딱 그거예요. ‘인정투쟁의 역사’. 인정 받고싶다. 증명받고 싶다.”(122쪽)라고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멤버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엿볼 수 있다. 슈가는 인기가 급상승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당시에도, 지금도 저희에게 붙는 수식어들이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선한 영향력’이란 말이나, 저희가 끌어내는 많은 경제적 효과에 대한 반응들. 이렇게 우리가 원치 않게 한참 올라갔다가, 원치 않게 고꾸라질 수도 있으니까”라고 부담과 두려움도 토로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 활동에서 인터뷰를 도맡았던 RM이 실제는 영어 스트레스 탓에 생존용 영어를 배웠다거나, 방시혁이 멤버들에게 퇴짜를 맞고 히트곡 ‘DNA’의 멜로디를 다시 썼다는 일화 등 재밌는 뒷얘기도 쏠쏠하다. 슈가는 연습생 시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통사고로 어깨를 다치기도 했고, 지민은 해외 시상식에서 다른 보이그룹과 대결하다 덩치가 작지 않게 보이려고 일부러 큰 동작으로 걸었다고 고백한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등 총 23개 언어로 책이 출간된 이날은 팬덤 아미가 탄생한 ‘아미 데이’(공식 팬덤명 발표일)여서 특별함을 더했다. BTS와 전 세계 아미의 유대감은 각별하다. 멤버들을 2년에 걸쳐 인터뷰한 책의 저자 강명석은 “아미는 BTS를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던 팀에서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만들었다”며 “BTS에게 아미는 팬이자 강력한 서포터(지지자)이며, 또는 그 자체로 브랜드”라고 말했다.

책은 멤버들이 미래를 조망하는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챕터 ‘우리’에서 제이홉은 “이 사람(멤버)들을 만난 게 너무나도 큰 축복이고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저희는 ‘아미가 웃고 기뻐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우리 행복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달려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공통된 바람이 아닐까.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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