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시대 여는 `작은 영웅`… "올해부터 초소형위성 발사합니다"
당시 경쟁한 대학생들과 창업
초소형위성용 부품·위성 제작
군집형태 운영 서비스 질 높여
쇼핑하듯 데이터 서비스 목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
"전세계가 경제 공동체가 되다 보니 해외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집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 밥상 물가에 바로 충격을 준 게 대표적인 예죠. 에너지·농업·산림 등 전 산업에서 위성영상 빅데이터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박재필(36·사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전세계 우주산업은 2020년 약 3700억달러로, 1590억 달러인 게임산업의 2.3배에 달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차 발사 만에 실용위성을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가운데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여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누리호가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우주로 향했지만 실제 우주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은 우주발사체의 '고객'인 인공위성이다.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도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궤도에 안착시켜 지상과 정상적인 신호를 주고받은 것으로 가려졌다. 인공위성은 이미 지구관측, 통신, 군사, 첩보, 환경, 기상 등 폭넓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크기와 비용을 모두 다이어트한 초소형위성은 우주개발의 민주화, 스타트업의 우주산업 진출을 가능케 했다. 시장조사 회사 마켓&마켓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초소형위성 시장이 2027년까지 86억9000만 달러(8조7602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8억 달러(3조661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2030년에는 1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봤다.
2015년 3월 창업한 나라스페이스는 초소형위성 제작과 위성 영상정보 분석 플랫폼 및 응용 서비스가 주업이다. 국내에는 나라스페이스 외에도 최근 브라질에서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 제주도에 국내 최초 민간 해상발사장 건설을 추진하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 스타트업들이 활약하고 있다.
박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TV에서 아폴로 13호 발사 광경을 본 후 우주로 가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 입학해 우주를 더 파고들었다. 대학 시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초소형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한 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회에서 경쟁한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나라스페이스를 창업했다.
박 대표는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의 경연대회가 우리에겐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정부가 우주산업 인재를 키우기 위해 뭘 지원해 주면 좋겠는가를 물으면 항상 얘기하는 게, 진짜 위성을 만들 기회를 달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리호 3차 발사에도 대학생들이 제작에 참여한 초소형위성들이 실려 우주로 향했다.
박 대표는 "위성 제작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창업에 도전하거나 연구, 산업현장에서 큰 몫을 해내고 있다. 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주역들"이라고 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초소형위성용 부품과 위성 제작으로 이미 이름을 알리고 있다. 부산시, 미 NASA(항공우주국)와 협력해 해양미세먼지 관측용 위성 '부산샛' 발사를 준비하는 한편 초소형위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온보드컴퓨터'를 개발해 다른 위성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작년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탑재된 연세대팀의 초소형위성에 온보드컴퓨터를 공급하기도 했다.
창업 후 일거리를 찾던 회사는 부산샛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본사를 부산으로 옮겼다. 위성정보는 보다 넓은 지역에서 힘을 발휘하는데 부산은 면적이 770㎢ 정도 되고 해안·공항까지 합치면 5500㎢가 돼서 위성영상 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부산이 스마트시티와 동북아 해양수도도 표방하고 있는 데다 항만 등에서 위성영상 수요가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박 대표는 "2040년 1조1000억달러로 예상되는 전세계 우주산업에서 위성이 73% 정도를 차지하는데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지구관측 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연평균 성장률이 20%가 넘는 빅데이터 시장이 타깃"이라고 밝혔다.
나라스페이스는 올 하반기와 내년에 꿈을 현실화시킬 고해상도 관측 위성 '옵저버 1A'와 '옵저버 1B'를 연이어 발사할 계획이다. 위성이 보내오는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위성 영상정보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지구관측 위성 기업들이 많아야 2~3개 정도 위성을 갖고 서비스했지만 요즘은 수백개를 두고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기업들은 위성을 1000개 이상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고해상도 위성데이터 수요가 늘면서 해상도는 1m, 1m 이하, 50㎝ 이하로 낮아지고 있다. 지구관측 데이터는 쓰임새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박 대표는 "농작물의 작황 상태나 도시 인프라, 교통·화재상황 등 영상의 종류에 따라 빨리 봐야 하는 게 있고, 자세히 봐야 하는 게 있다. 그런 특성에 맞춰 위성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분광 정보를 활용해 관측 대상의 화학 조성성분을 파악하거나 초고해상도 영상을 얻는 등 수요가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농작물의 분광 정보를 분석하면 비슷한 초록색이어도 약간의 차이를 통해 서로 다른 화학성분을 읽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밀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의 작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위성들은 공간해상도보다는 분광분해능이 더 중요하다. 최근에는 공간해상도가 낮아도 초소형위성을 많이 쏘아올려서 시간 해상도를 높이는 시도도 많다. 원하는 지점에 대한 영상을 자주 확보해 서비스하려는 것.
박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무게 대비 해상도가 높은 위성을 군집 형태로 운영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맞춤제작을 하던 자동차 산업이 포드에 의해 대량생산 방식으로 바뀌었듯이 위성산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블랙스카이, 플래닛도브 같은 기업은 수백개 위성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초소형위성 산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박 대표는 "위성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유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위성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환경규제에 대비해 환경위성을 만들고 있다"면서 "해외의 탄소 배출 상황을 보려면 위성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박 대표의 목표는 일반 대중이나 기업들이 위성 데이터에 쉽게 접근해 분석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마치 인터넷 쇼핑을 하듯이 위성영상을 편하게 검색하고 사도록 하겠다는 것. 다양한 기관의 수요에 맞춤 대응하기 위해 위성 자체 개발도 병행한다.
박 대표는 "전자레인지 정도 크기의 위성을 만드는데, 옵저버 1A는 올 하반기, 똑같은 위성인 옵저버 1B는 내년 상반기에 발사해 2개 위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샛은 부산의 해안 공간과 항만 미세먼지 관리를 위한 위성으로, 부산시의 의뢰를 받아 한국천문연구원과 공동으로 만들고 있다. 설계와 사전작업을 하고 나면 하루 정도 만에 위성 하나를 조립할 수 있다. 3~5명 정도가 마치 레고블럭을 쌓듯이 위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개 위성으로 성능을 검증한 후 수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12기로 늘리면 3개 이상 도시에 대해 약 30분마다 영상서비스를 할 수 있다. 위성을 100개까지 늘릴 경우 8시간 정도면 한반도 전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박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우주에 CCTV가 떠 있는 것처럼 실시간 상황을 보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끊김없이 한반도를 보려면 위성이 700개 정도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성영상 관련 규제가 엄격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1.5m 이하 해상도 영상만 배포·판매가 가능한데 해외 기업들은 아무런 규제를 적용 받지 않고 훨씬 고해상도 영상을 서비스한다. 해외 서비스에는 다 나와 있는 시설을 국내 기업은 가리고 서비스해야 한다"면서 "스마트시티라도 관련 규제를 완화해 산업이 클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정부가 보유한 아리랑 위성 등 위성 영상을 기업들에 열어줘서 사업적으로 활용하게 해 주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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