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과학을 외교 쟁점화… "출구전략 찾기 더 어려워져"

임재섭 2023. 7. 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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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제기구의 수장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국회로 초청해 사실상 청문회를 하듯 몰아붙인 것에 대해 "외교 문제까지 비화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우려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면담과 관련해 "민주당이 이날 간담회에서 주장한 것 중 기술적인 부분이 대표적으로 IAEA 보고서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장비의 검증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인데 ALPS를 통과해서 나온 시료가 검증 기준에 맞지 않으면 다시 ALPS를 통과시키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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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다른 차원 문제" 지적
"정권 잡고 IAEA 탈퇴할 거냐"
학자·정부 일부 추가 설명 필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서 위성곤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 참석한 모습. 면담 초반 미소를 띄우는 그로시 총장. 공동취재=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제기구의 수장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국회로 초청해 사실상 청문회를 하듯 몰아붙인 것에 대해 "외교 문제까지 비화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우려했다.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정쟁화하는 것은 정치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과학을 따지는 국제기구를 상대로 정치적 잣대로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면담과 관련해 "민주당이 이날 간담회에서 주장한 것 중 기술적인 부분이 대표적으로 IAEA 보고서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장비의 검증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인데 ALPS를 통과해서 나온 시료가 검증 기준에 맞지 않으면 다시 ALPS를 통과시키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ALPS는 일본의 도시바가 62 핵종의 방사성물질까지 오염수로부터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일종의 '필터'지만 일부 환경단체나 민주당은 이 장비의 성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에 홍 교수는 만일 ALPS가 고장 났다면 여과되지 않은 오염수가 검출될 것이기 때문에 다시 장비에 넣도록 하는 간단한 매커니즘 만으로도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의 배출은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커피 찌꺼기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으면 다시 거르지 않느냐"면서 "장비가 꼭 한 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시료를 채취해 검증하는 작업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장비 고장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또 "(일본의 방류계획은) 이미 안전기준을 맞춘 것을 혹시 몰라 바닷물에 40배를 희석하고, 혹시 연안에 침착될 수도 있으니까 1㎞밖에 방류하는 식으로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둔다는 것"이라며 "위험하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어떤 부분이 어떻게 위험한지 설명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과학 문제가 외교 문제로 커질 경우 나중에는 출구전략을 찾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홍 교수는 "결국은 IAEA를 못 믿겠다는 말이 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도 정권을 재창출하는 수권정당이 돼야하지 않느냐"면서 "그러면 그때 가서 IAEA 회원국을 탈퇴할 것이냐, 상대 안 할 것이냐. 있을 수 없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언급한 주장 중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려서 핵연료를 직접 접촉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는 고준위 오염수로 봐야 한다'는 내용은 과학자들이나 정부가 추가적인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적으로 따져봐야 분명해지겠지만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라면 지나치게 원론적인 대답을 반복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위성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대책위원장은 "30년 전 러시아 핵폐기물 투기를 문제 삼으며 핵폐기물 방류를 금지하는 '런던협약'을 이끈 일본이 이번 방류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전 세계에 보관 중인 고준위 폐기물도 해양 투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면서 "선례를 남기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학적인 근거를 댄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1~2곳 정도는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 제기 포인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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