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안정 되찾나… 자금이탈 1조 줄고 재예치 3000건
연체율 급등과 부실 우려로 일부 점포에 예금 인출 줄이 이어지는 등 확산되던 새마을금고에 대한 불안감이 정부의 총력 지원 태세 등에 힘입어 차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 인출은 잦아들었고, 황급히 돈을 뺐던 고객들 중에도 다시 돈을 맡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마을금고 감독 체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이탈세 꺾인 새마을금고
9일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대응단’에 따르면 지난 7일 새마을금고에서 자금 이탈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말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6%를 넘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부실 우려가 커지며 예금 인출 요구가 늘어난지 10여 일 만에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자금 유출 증가세가 둔화되더니 7일에는 자금 유출이 전날보다 줄었다”며 “줄어든 자금 유출 규모는 1조원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들어 일부 금고에서 예금 인출을 위한 고객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관계 부처 합동으로 범정부 대응단을 꾸리고 지난 5일부터 연일 새마을금고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설명 자료를 내며 2300만 새마을금고 고객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6일엔 금고 간 통·폐합, 중앙회 대출, 정부 차입 등의 방식으로 “‘1인당 5000만원’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어서는 금액도 충분히 보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예금 전액 지급보증’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난 1~6일 새마을금고 예·적금을 해지한 고객이 14일까지 재가입할 경우 비과세 혜택(연간 3000만원까지 세금 1.4% 적용)을 유지해 주는 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그러자 지난 7일에만 3000여 건의 재가입 신청이 들어왔다. 금액으론 1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새마을금고 안정화를 위해 부실 우려가 큰 금고 100곳에 대한 특별 검사·점검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 감시, 금융 당국이 해야”
정부는 9일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행안부와 주요 경제 부처 수장들이 참석한 ‘확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어 새마을금고 안정화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행안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이 10일부터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파견(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 지원단)돼 현장 상황에 실시간 대응한다. 정부의 고강도 대응으로 새마을금고발(發) 채권시장 혼란도 잦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새마을금고가 최근 자금 이탈 행렬에 대비해 보유 채권을 대량 매각하면서 지난 7일 서울 채권시장에선 장·단기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세(채권가격 하락)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정부 대응은 예금 인출 쇄도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발성 대책일 뿐 근본 문제 해결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새마을금고가 금융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고,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안전부가 감독을 전담하는 체제를 뜯어고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령상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기관인 농협과 수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포괄적으로 감독하지만 조합의 신용사업과 농·수협 은행에 대해선 금융위가 감독 및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농·수협 검사도 금감원이 맡는다. 새마을금고와 성격이 비슷한 신협도 금융위·금감원의 감독을 받는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금융위·금감원의 단독 감독·검사를 받지 않는다. 두 기관은 감독 부처인 행안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협조만 할 뿐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금융위로 이관해 상시 금감원의 감시를 받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다만 과거에도 새마을금고 부실·비리가 터질 때마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폐기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적 문제 탓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새마을금고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국내 금융의 건전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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