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디폴트옵션 저위험 상품 4%대 수익률···'안정성 중시' 투자자도 잡는다

송이라 기자 2023. 7. 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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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 퇴직연금 쩐의전쟁
디폴트옵션 25만명·3000억 가입
135개 상품 3개월 수익률 3.06%
삼성證, 저위험 상품 수익률 1위
증권사가 실적·수수료 매력 높아
원리금보장 상품에만 80% 쏠림
"물가보다 높은 수익률 달성해야"
[서울경제]

12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1년간 유예기간을 가진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첫 수익률 성적표는 증권사의 압승이었다. 쥐꼬리 수익률의 불명예를 안아 온 퇴직연금의 수익성 개선을 앞세워 금융투자 업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시작된 만큼 성과를 입증한 셈이다. 예·적금에 잠들어 있던 퇴직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지만 디폴트옵션 도입에도 여전히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아 고객들에게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설득하는 투자 상품이 나올지 주목된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25만 명이 디폴트옵션에 가입해 약 3000억 원의 퇴직연금이 적립됐다. 현재 운용 중인 135개 상품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약 3.06%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 상품의 3개월 수익률이 1.11%로 가장 낮았고 펀드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이 포함된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수익률은 같은 기간 각각 2.33%, 3.22%, 4.81%를 기록했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4가지 위험 등급별 수익률 상위 5개 상품 중 중위험을 제외한 모든 그룹에서 3개 이상이 증권사 상품으로 나타났다. ‘운용의 묘’가 가장 중요한 고위험 그룹의 상위 수익률 10개 상품 중에서는 절반을 넘는 6개가 증권사가 내놓은 것이었고 초저위험 제품군에서도 증권사 상품이 줄줄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과 보험이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첫 디폴트옵션 수익률을 보면 향후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를 예고하면서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 개선도 기대할 모멘텀은 마련된 셈이다.

실제 증권 업계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발판으로 다양한 상품과 운용 방식을 통해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퇴직연금에 일찌감치 공을 들여온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연금 자산 적립금이 업계 최초로 30조 원을 돌파했다. 1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적립금은 7조 8100억 원으로 3개월 만에 10.5% 증가했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폭이 같은 기간 2%대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미래에셋증권은 디폴트옵션 첫 공시에서 증권업 사업자로는 유일하게 적립금 상위 5개 기관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디폴트옵션 첫 수익률 공시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고용부가 공시한 총 41개 퇴직연금 사업자 대상 3개월 수익률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위험 등급 중 초저위험, 저위험 포트폴리오 부문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2’ 수익률은 4.02%로 저위험 전체 상품의 3개월 평균 수익률(2.33%)을 2배가량 앞섰다. 4개 위험 등급 모두에서 3개월 수익률이 톱10에 포함된 퇴직연금 사업자는 삼성증권이 유일했다.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적절히 활용한 운용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한편 장기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보수를 최소화한 상품을 활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금 선진국인 호주의 장점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한 ‘마이슈퍼(MySuper)’ 시리즈를 내세웠다. 특히 이 상품은 미국 달러에 환노출 전략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각사 강점을 내세우며 디폴트옵션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적 배당형 상품 운용을 통한 투자 수익을 높이려 디폴트옵션이 도입됐지만 초저위험 상품으로 퇴직연금 가입자의 쏠림 현상도 여전했다. 실제 올해 1~3월 디폴트옵션 적립금 3000억 원 중 80%인 약 2500억 원은 원리금 보장 상품만으로 구성된 초저위험 상품군에 유입됐다. 이 등급의 3개월 수익률은 1.11%에 불과했지만 30년 안팎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안정성은 1순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금리 상승 영향으로 예·적금의 매력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생애 주기에 적합한 투자 상품으로 수익률도 높일 수 있는 만큼 갈수록 연금 가입자들이 실적 배당형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을 늘린 것은 명약관화하다는 것이 투자 업계의 전망이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 본부장은 “원리금 보장 상품만으로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결코 물가 상승률을 이겨낼 수 없다”면서 “30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연금 자산의 목적은 ‘물가 상승률+α’라는 기본적 투자 목표를 금융 소비자들이 이해하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연금 수익률이 6~8%를 기록하는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로 투자 은행이나 증권사가 포진해 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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