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커플링 대신 '공급망 다양화' 강조한 이유 [김광수의 中心잡기]
옐런 "美, 디커플링 추구하지 않아"
갈등 상황에도 경제적 해법 모색 과정
한중 갈등속 실리챙기는 전략 필요
한 치 앞을 모른 채 충돌 직전까지 치닫던 미중 패권 전쟁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이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이어 이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까지, 연이어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블링컨 장관과 회담하며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냈다. 옐런 장관도 6일부터 3박 4일간의 방중 일정 동안 “미중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양국 간 소통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평가 속에도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양국은 최근 이 같은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도 상대방을 향한 견제와 압박을 이어왔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있어서 대중국 제재를 강화했다. 중국 역시 희귀 광물의 수출 통제 카드로 미국을 비롯한 자국 견제 세력에 맞서고 있다.
일련의 상황만 보면 언뜻 미국과 중국이 대화에 나서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양국은 갈등 구조와는 별개로 고위급 접촉을 이어나가고 있다. 무역 측면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가속화했던 지난해에도 양국 교역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교역액은 6906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3829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는 전년 대비 8.3% 증가한 수치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결국 최근 고위급 인사의 잇따른 방중은 미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주도한 중국과의 싸움을 이어가면서도 어떻게든 무역적자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들의 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억누르려 하면서도 경제적 해법은 모색해야 하는 딜레마를 풀기 위함이다. 옐런 장관이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공급망 다양화’라는 표현을 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정책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미국·일본 등과의 공급망을 한층 강화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 두기에 나서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5.3%에서 올 5월에는 19.6%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제일 큰 수출 시장이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수출의 6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만큼이나 우리나라에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국가다. 중국에 치우친 교역 의존도를 다각화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것처럼 우리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미중 관계의 변화를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우리의 상황에 맞게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전략적 신중함이 필요하다. 옐런 장관이 방중 기간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양화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 의미를 되짚어봐야 한다.
하반기에도 우리의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진다. 올해 경기 전망을 두고 정부는 ‘상저하고’를 자신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자영업자들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단골손님의 방문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경쟁력을 지닌 한국 기업들이 적지 않고 중국의 잠재력도 아직 유효하다. 기회가 끝났다고 손절하기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함께 이어가야 한다. 중국의 전랑외교와 경제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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