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30년만에 열린 국제아트페어···홍콩·韓 시장에 도전장
日, 작품 반입할 때 10% 세금 면제
법까지 바꿔 시장 육성 의지에도
세계적 작품 없고 화랑 참여 저조
첫날 VIP판매도 5만弗 수준 작품만
"구매력 떨어져 분위기는 미적지근"
“보러 온 사람은 많지만 사러 온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일본에서 30년 만에 열린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東京現代)에 작품을 낸 한 화랑의 평가다. 오랜만에 열린 만큼 행사는 VIP 프리뷰가 열린 6일부터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지만, ‘국제 아트페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세계적으로 이름난 갤러리도, 무라카미 다카시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은 미술품 거래 관련 세법까지 바꾸며 글로벌 미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미적지근했다. 그나마 일본·아시아 지역 외에서 참가한 갤러리는 “9월 서울에서 열릴 프리즈·키아프 전에 아시아 시장을 점검하려는 차원일 뿐 판매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해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한국으로 쏠린다.
이번에 열린 도쿄 겐다이는 1990년대 이후 꺾였던 일본 미술 시장의 구매력을 되살릴 기회로 주목 받았다. 일본 요코하마시 퍼시피코 요코하마에서 열린 이번 도쿄 겐다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곳곳에 아트페어를 창설하는 매그너스 렌프루가 중심이 돼 만든 새로운 아트페어다. 일본에서는 1992년 일본 국제현대아트페어(NICAF)가 열린 바 있으나 1995년 이후 명맥이 끊겼고, 주로 일본 국내 작가들 위주로 전시되는 ‘동경 아트페어’가 아닌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아트페어가 열린 건 30년 만이다.
오랜만에 열린 행사인 만큼 화랑들이 “첫 날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관람객이 몰렸다. 미야지마 다츠오와 나와 고헤이 등의 작품을 전시한 일본 최대 화랑 ‘스카이 더 배스하우스’의 시라이시 무사미 대표는 6일 프리뷰 당일 현장에서 “개장한 지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작품이 꽤 팔리고 있다”며 “일본 고객 외에도 아시아, 유럽에서 많은 컬렉터 투어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일에는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상도 현장을 방문해 렌프루와 함께 전시를 관람했다. 한 일본 미술계 관계자는 “일본이 미술 시장을 키우기 위해 이번 행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쿄 겐다이는 일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중 처음으로 보세 자격을 허가 받았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해외 화랑은 일본에 작품을 반입할 때 작품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10%의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2020년 일본 정부가 관세법을 개정해 도쿄 겐다이에 참여하는 해외 화랑은 작품이 실제 판매될 때만 10%의 세금을 내면 된다.
하지만 행사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젊은 수요층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전체 참가 화랑은 74곳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많은 화랑들은 판매에 대한 기대보다는 렌프루와 인연으로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라카미 다카시, 요시모토 나라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일본 대표 작가의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술 전문지 아트넷뉴스에 따르면 첫날 VIP 판매가 이뤄지긴 했지만 대개 5만 달러(6500만 원) 수준의 작품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번 도쿄 겐다이 개최로 세계 미술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서울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해외 갤러리 인사들은 “여전히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는 홍콩의 ‘아트바젤 홍콩’이고 홍콩에는 구매력 있는 컬렉터가 많지만 홍콩의 로컬 작가 양성이 잘 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 ‘프리즈 서울’이 아시아 아트 페어 시장에서 홍콩에 맞설 유일한 강자가 될 것”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미술 시장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은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의 독립큐레이터 구츠나 미와(沓名美和)는 “아직은 미술 작품 판매 때 10% 세금을 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 국가적으로 미술 시장을 키우고자 한다”며 “지금까지 일본 컬렉터들은 주로 고미술품에 관심이 높았지만 새로 생기는 화랑들은 40대 이하 젊은 층을 타겟으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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