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사교육 카르텔’의 오랜 역사

김경수 2023. 7. 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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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사교육 열기는 고려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세의 첫 관문인 과거를 준비하는 수험생인 유생들은 사교육시설인 서원에 모여 공부했다.

고3뿐만 아니라 장수 수험생들까지 1000여개의 입시학원이 밀집한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으로 몰리면서 이 같은 악재를 부추기고 있다.

어찌 보면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윤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는 강남 집값을 내리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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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사교육 열기는 고려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세의 첫 관문인 과거를 준비하는 수험생인 유생들은 사교육시설인 서원에 모여 공부했다. 조선의 서원은 초기만 해도 유생들의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는 아카데미라는 긍정적 기능이 컸다.

하지만 한때 1000개 가까이 우후죽순 늘어난 서원은 국가재정에 큰 타격을 줬다. 서원에 딸린 토지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고, 서원의 노비는 국역조차 지지 않았으니 그 폐해가 지나쳤다.

'세도정치' 개혁을 추진해왔던 흥선대원군은 기득권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대적인 서원 개혁에 돌입했다. '사교육 카르텔' 부수기에 나선 것이다. 1870년까지 전국에 남은 650개 서원 가운데 47개만 빼고 나머진 폐쇄하는 대개혁을 단행했다. 방만했던 서원들을 대거 구조조정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서원 철폐로 인해 유림들과 대립각으로 내부 적을 키우면서 다른 개혁의 힘을 잃게 된다. 만약 흥선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한 대신 선진 서양문물을 유생들에게 대폭 개방, 조선을 혁신했다면 평가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에도 지나친 사교육은 여전히 개혁의 대상이다. 역대 정권들이 끊임없이 공약을 내걸었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발 속에서 공염불에 그쳐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여 만에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사교육비 지출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든 것이다. 역대급 사교육비 지출은 전국 집값상승과 내수침체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고3뿐만 아니라 장수 수험생들까지 1000여개의 입시학원이 밀집한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으로 몰리면서 이 같은 악재를 부추기고 있다. '학벌'을 좇는 수험생 가족들이 타 지역에 소유한 집은 전세를 주고 대치동 학원가 인근 수십억원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전세살이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수험열기가 폭발하는 시기에는 대치동 인근 아파트 전셋값은 폭등하기도 한다. 강남 아파트 전셋값이 올라가면 주변 수도권 집값을 끌어올리는 연쇄작용을 해왔다. 그래서 재수생이 급증하면 전국 집값이 상승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어찌 보면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윤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는 강남 집값을 내리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서민의 가장 큰 부담인 '사교육비와 집값'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많게는 월 수백만원씩 지출하는 사교육비를 외식비나 새 차를 바꾸는 데 소비하면 내수경기 활성화까지 직간접 도움을 줄 수 있다. 윤 정부 사교육비 잡기의 효과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기대되는 일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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