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안은진의 성숙한 연기가 통했다

2023. 7. 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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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는 3%의 시청률로 시작해 자체 최고 시청률인 12%로 지난달 막을 내렸다. 수목드라마의 두자리수 시청률은 희귀템이다. ‘나쁜 엄마’는 높은 시청률 뿐 아니라 엄마와 자식 등 가족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여지를 제공한 좋은 드라마다.

배우 안은진은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힐링 코미디인 ‘나쁜 엄마’에서 강호의 고향 친구이자 옛 연인 미주를 연기했다. 이도현도 쉽지 않은 역할을 잘 소화했지만, 안은진도 어려운 캐릭터인 미주를 잘 살려냈다.

안은진은 고향 조우리를 떠나 대도시에서 네일 아트스트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네이샵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홀어머니 정씨(강말금)와 함께, 예진(기소유)과 서진(박다온) 등 쌍둥이 어린 남매를 키우는 엄마로 씩씩한 인생을 살아간다. 미주는 이 아이들의 아빠인 강호에게조차 그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며 강호와의 지난한 해피엔딩 과정까지 함께 하는 인물이다.

“미주는 단순한 조강지처가 아니다. 강호가 하고싶은 일을 포기할까봐 혼자 아이를 잘 키우며 굴뚝처럼 서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엄마다. 미주와 강호가 드디어 사랑이 이뤄질 때 나오는 ‘여기까지가 그렇게 멀었냐’라는 대사가 오히려 귀엽게 느껴졌다.”

안은진은 “나는 절대 미주처럼 못할 것 같다. 미주는 강호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지켜보면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어린이가 된 바보 강호를 봤을때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작가를 만났을 때도 ‘저라면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작가님은 미주는 대단하다고 말해주셨다”고 전했다.

미주의 사랑법에 대해 안은진은 “머리로는 다 이해된다.(가슴으로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얼마나 사랑하면 그럴까. 그걸 해내는 미주는 단단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 말했다.

안은진에게는 ‘나쁜 엄마’라는 작품은 각별하게 다가왔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의 모성애를 보여준 건 특별한 경험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나쁘다’는 대본의 문구가 인상 깊었다”고 말한 안은진은 모성애를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감독님이 아이들과 친구처럼 뚝딱거리는 모습을 얘기해주셨다. 다행히, 아이들이 먼저 나에게 달려와줘 미주가 엄마로 좀 더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예진이가 엄마는 나쁜 엄마가 아니고 예쁜 엄마라고 할 때는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서진이는 ‘엄마 목욕탕 가기 싫어. 나랑 안가면 안되요’라는 대사를 할 때는 감정이 달라지더라. 역시 아이들이라 치킨 먹는 신을 찍을 때는 산만하더니 목욕탕 대사는 중요한 신이라고 했더니 성인 연기자 못지 않게 바로 집중했다.”

안은진은 “미주가 실패하고 고향에 돌아갔을 때에도 바로 힘을 내는 것도 모성애가 큰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쁜 엄마’가 안은진에게 또 다르게 각별한 것은 중년 시청자들에게도 배우 안은진이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제 엄마가 재밌게 봐주셨다. 엄마 친구분들도 주무셔야 하는데, 모두 다 보셨다고 했다. 많은 엄마 시청자들이 조우리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감하고 어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빠지니까 뭘해도 재밌고, 짠했다. 사건이 휘몰아치지 않아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촬영현장은 즐겁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서 연습 한 것과 애드립의 환상적 조합도 가능했다.

“라미란 선배님은 눈만 봐도 웃긴다. 이도현은 처음 봐 약간 당황했을 것이다. 슛 들어가기 전 90% 장난을 치지만, 슛에 들어가면 완전 바뀐다. 도현은 처음에는 놀랐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적응해 나갔다. 이도현도 장난을 치다 슛 들어가면 무섭게 변해갔다. 조우리 마을 사람도 장난치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사람이 달라졌다.”

안은진은 특히 조우리 사람중 엄마로 나온 강말금과의 신은 재밌었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준비를 해오지만 현장에서 강말금 선배를 바라보면서 연기하면 훨씬 더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고 한다.

안은진은 “그래도 시청률 12%까지는 예상을 못했다. 단, 시청자분들이 조우리 마을에 빠져들고 좋게 봐주신다면 시청률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신기하다”고 했다. 이어 “전보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전작의 시청률이 잘 안나와 부족함과 부담,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배우로서 부담감은 어짤 수 없는 숙명이라 해도 현장을 믿고 가면 해결되는구나 하는 점도 ‘나쁜 엄마’를 통해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의 올해 최대 과업은 오는 8월 4일 시작하는 MBC 20부작 사극 ‘연인’이다.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로, 안은진은 남궁민과 호흡을 맞춘다. “올해 최대 목표가 ‘연인’을 잘 마무리하는 거다. 연기 부담이 적지 않지만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 좋은 선배님과 제작진들과 함께 하고 있어 자신감도 생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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