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력 범죄자 182명 심리 분석해보니…재범 위험성 높은 흉악범 6가지 특성 [법조 인앤아웃]

유경민 2023. 7. 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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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심리분석관, 182명 분석
잔악 범행 공분 산 이영학·이병주
반사회적 행동 등 6개 특징 드러나
性일탈행위·마약도 비정상적 몰두
연인폭력 가해자는 피해의식 높아
국제학술지 ‘법정신의학’에 등재
‘PCL-R’ 등 검사 한계 보완 평가

잔악 범행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같이 재범위험성이 높게 평가된 흉악범들에게서 비정상적으로 흥분이 지속되는 조증(躁症)의 약한 상태나 욕설이나 폭력을 밖으로 분출하게 만드는 내적 요인 등 6가지 심리적 특성이 발견됐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신병리적 특성에 기초해 강력범죄자의 높은 재범위험성을 판별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예측인자를 추려낸 이번 연구는 재범위험성 평가 도구인 ‘한국형 폭력범죄 재범위험성 평가(KORAS-G)’와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법원과 수사기관이 강력 범죄자 재범위험성을 평가할 때 범죄자의 심리 특성을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2월 호송차에서 내리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연합뉴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민경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심리분석관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검찰청에서 수집된 강력범죄자 182명의 심리검사 결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놨다.

고 분석관이 김향숙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작성한 ‘MMPI-2-RF 프로파일의 정신병리적 요인에 기초한 강력범죄 재범위험성 고위험군의 판별분석 연구’ 논문은 지난달 12일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인 ‘법정신의학 및 심리학 저널’에 등재됐다.

고 분석관은 “KORAS-G와 PCL-R 결과는 재판에서 증거로 인용되거나 판결문에 설시되는데 같은 피고인에 대해 각기 다른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검찰이나 법원의 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실무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 대상인 182명의 강력범죄자 중 47.3%(86명)는 KORAS-G 평가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PCL-R 평가에선 17.6%(32명)만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큰 차이가 확인됐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KORAS-G와 PCL-R 평가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KORAS-G는 모든 종류의 범죄자에 대한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도구인 반면, PCL-R의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도구다. 고 분석관은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PCL-R의 경우 25점을 넘겨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연쇄 살인범들도 25점을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분석관은 두 평가 모두에서 고위험군과 중·저 위험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는 6가지 내적 요인을 추려냈다. 그 결과 재범 위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강력범죄자들에게서 △행동적·외현화 문제(욕설이나 폭력 등의 증상을 밖으로 분출하게 만드는 내적 요인 등) △반사회적 행동 △경조증적 상태 △통제결여 △공격성 △청소년기 품행문제 등의 특성이 관찰됐다.  

이영학과 ‘서울·익산 2인조 연쇄살인 사건’의 이병주가 대표적이다. 이영학과 이병주의 심리 분석 결과에선 재범위험성 높은 강력범죄자에게 드러나는 6가지 특징이 모두 나타났다.

고 분석관은 통화에서 “6가지 핵심 예측인자 외에도 자극추구적 성향이나 권위불화(자신보다 높은 지위나 권력에 있는 대상에 대한 반항적 태도)가 공통적으로 관찰됐다”며 “이영학은 성매매나 성 일탈적인 행위에 비정상적으로 몰두했고 이병주는 과거 마약남용에 몰두했던 자극 추구적 성향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고민경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심리분석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강력 범죄자에게서도 행동적·외현화 문제, 통제결여 등의 특징이 두드러졌다.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범죄자 김태현과 경찰이 신변보호 중이던 여성의 모친을 살해한 이석준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 분석관은 “전과 기록이 많지 않았지만, 심리 분석에선 내재된 분노감이나 강렬한 피해의식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 의미 있는 결과들이 도출됐다”고 분석했다.

고 분석관은 “범죄자의 재범위험성을 평가할 때 동종 전과 여부나 전과 횟수 등 기초적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심리 분석을 통한 피의자의 임상적인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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