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에 나들목이 없어 김 여사 땅 혜택 없다? 1km 밑에 나들목 있어[팩트체크]
남양평 나들목으로 중부내륙고속도 진입
서울-양평 고속도로로 갈아탈 수도 있어
토지 등록전환·지목 변경 등 차례로 진행
개발 가능성 높아지고 땅 가치도 56배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경기 양평군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땅 부근으로 바뀐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의 특혜 의혹 제기와 정부·여당의 반박으로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과연 정부·여당 주장대로 김 여사 땅에 혜택이 없는지, 더불어민주당도 2년 전엔 노선 변경을 추진했는지, 변경된 노선이 더 경제성이 있는지 양측의 주장을 정리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에 입각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①나들목(IC)이 없어 김 여사 땅에 혜택 없다?
정부·여당은 변경된 종점에 차량이 출입하는 나들목(IC)이 없어서 김 여사 땅이 있는 강상면 지역엔 혜택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들목 없이 분기점(JC)만 있을 경우엔 그 주변에선 소음과 먼지 피해가 생겨 혜택은커녕 불만과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김 여사 땅 주변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길이 생기기 때문에 조망이나 소음·먼지 등 피해가 있을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변경된 종점 예정지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1km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남양평 나들목이 있다. 김 여사 땅에서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 조금만 이동하면 남양평 나들목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로 갈아탈 수 있다. 이 정도면 종점에 나들목이 없더라도 서울로의 접근성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할 수 있다. 대상을 김 여사의 가족들로 확대하면 양평에 총 29개 필지(축구장 5개 크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상면에 20개 필지, 강상면에 이어진 양평읍에 9개 필지가 있어 혜택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기존안대로 양서면에 종점이 생겨도 김 여사 일가 입장에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금보다 서울 접근성이 크게 좋아지는 것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②선산이어서 개발 가능성 없다?
정부·여당은 논란이 된 땅이 김 여사 외가에서 물려받은 선산이어서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도 한다. 실제 그 땅에는 집이나 논밭이 거의 없고 나무와 수풀로 덮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여사 일가는 그 일대의 땅을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등록전환’한다. 주소가 ‘양평군 병산리 산 ○○○번지’에서 ‘산’이 빠지는 것이다. 땅을 여러 필지로 나눈 후 용도를 임야에서 ‘대지’, ‘창고용지’ 등으로 변경하는 ‘지목변경’도 한다. 이는 지가 상승과 부동산 개발을 염두에 둔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이런 과정을 통해 김 여사 일가 땅 가치가 56배 뛰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③원희룡 장관은 김 여사 땅 있는 줄 몰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땅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이 사건 전에 인지한 게 있다면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김 여사 땅 지번까지 대며 불법 의혹을 따졌고 원 장관도 “확인해보겠다”고 답변을 했기 때문에 원 장관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냈기 때문에 민주당이 집중 공세를 펼친 김 여사 일가의 양평 땅을 몰랐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지금의 고속도로 변경안 종점에 김 여사 땅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을 수 있다. 원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 질의가 고속도로와는 무관했고, 양평에 김 여사 땅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변경된 노선 종점에 김 여사 땅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늘공(늘 공무원)’인 국토부 도로국 직원들은 정무적으로 대통령 부인 땅이 있는지까지 따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해명도 했다.
④민주당도 2년 전 노선 변경 주장했다?
여당은 2년 전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와 지역위원장이 노선을 바꿔 강하면 나들목 신설을 먼저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한 노선(기존안)을 바꿔 강하면을 지나게 하자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원래 예타안은 강하면을 지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은 예타안의 종점을 바꾸지 않고 중간에 살짝 틀어 강하면에 나들목만 내자고 했다. 지난해 7월 양평군이 국토부에 제안한 3개 안 중에 1안에 가까운 안이다. 양평군도 이때는 1안을 ‘경제성과 타당성, 지역주민 편의성을 확보했다’고 가장 높게 평가했다. 민주당은 그런데 갑자기 국토부가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9일 낸 해명자료에서 1안대로 하면 고속도로가 경의중앙선 국수역을 지나고, 종점에 높이 40m 이상의 교량이 추가 건설돼 전원주택 단지가 둘로 가라지는 상황이어서 주민들이 반대가 컸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안 위치에 나들목을 만들려면 연결도로가 구불구불해 도로 개량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양평군의 3안은 터널을 나오자마자 다리 있는 지점에 나들목을 만들어야 해서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결국 나들목을 만들기도 쉽고, 주민 주거지를 관통하지 않는 2안과 거의 비슷하게 현재의 변경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국토부 주장이다.
⑤기존안보다 변경안이 더 경제적이다?
정부는 국가 전체로 볼 때 변경안의 경제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통화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상 수요의 90% 이상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와서 서울로 가려는 건데, 그러면 기존안의 양서면까지 올라가지 않고 강상면에서 좌측으로 꺾어 서울로 진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예상 1일 이용자도 1만5800대에서 2만2300대로 6000대 이상 늘고, 6번 국도에서 하루 2100대 정도 흡수한다. 변경안의 건설 예산이 150억원 더 들지만 경제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양평 일대를 지나는 한강 다리가 2개에서 1개로 줄고, 상수원보호구역과 철새 도래지를 지나는 구간이 짧아져 환경보호 차원에서 더 낫다, 주민들이 변경안을 더 반긴다는 주장도 한다. 양평에서 5선을 지낸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지난 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원래 종점이란 개념이 없고,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서울을 연결하는 목적으로 구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주말에 두물머리 주변 6번 국도의 정체가 극심해 교통량을 분산하려던 고속도로 건설의 목표를 감안하면 기존안대로 6번 국도와 가까워야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존안대로 양서면을 종점에 두고, 특혜 의혹 해소와 두물머리 교통정체 해소, 양평에 나들목 설치를 동시에 만족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주장대로 지금의 변경안이 경제성과 주민 편의·수용성 등 모든 면에서 더 낫다면 왜 애초에 지금의 안을 구상하지 못하고 기존안으로 예타를 받았는지, 사업이 처음 추진된 2017년부터 5년 이상 기존안이 수정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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