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과 트러블 있었다” 이강인 보낸 발렌시아, 역사적인 실수였다

[포포투=정지훈]

“이강인은 발렌시아 시절 몇몇 베테랑들과 트러블이 있었다. 행동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강인은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어린 시절부터 발렌시아 유스에서 성장했지만 정작 결실은 다른 곳에서 맺었다. 발렌시아의 역사적인 실수였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9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등번호는 19번이고, 계약 기간은 2028년까지다.

이강인은 대한민국의 '차세대 에이스'다. 어렸을 때부터 스페인 축구를 경험하며 국내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과는 차별점을 뒀다. 정교한 왼발 킥과 플레이 메이킹은 한국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단점으로 지적받던 스피드와 활동량, 수비력과 체력 등이 한층 발전했다.

2022-23시즌 경기력도 대단했다. 오사수나전 환상적인 드리블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셀타 비고전에선 공격 포인트 없이 평점 9점대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헤타페전에선 개인 커리어 최초로 멀티골을 넣었고 아틀레틱 빌바오전에서 득점을 추가하며 개인 커리어 최초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카디스전에서도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공격의 기점 역할을 하며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자연스레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겨울 스페인 매체 '렐레보'의 마테오 모레토 기자가 언급한 이후, 꾸준히 이적설이 다뤄졌다.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스톤 빌라, 뉴캐슬 유나이티드, 브라이튼, 번리, 페예노르트, 토트넘 훗스퍼 등 노리는 클럽만 해도 거의 10곳이나 됐다.

당초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이 유력했지만 협상이 결렬된 후 PSG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아틀레티코와 달리 PSG는 적극적이었고, 결국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강인은 6월 A매치를 치르기 전에 파리를 들려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 A매치 이후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던 이강인은 계약 서명을 하기 위해 파리행 비행기를 탔고, 이내 도착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의 후안미 산체스는 9일 이강인이 파리의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한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본래 이강인의 비행 예정일보다 빠르게 파리에 도착했다. 이유가 있었다. 산체스는 "이강인은 원래 내일 비행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PSG는 일정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엔리케 감독의 팀이 월요일에 프리시즌을 시작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결국 PSG가 이강인의 영입을 예상보다 빠르게 발표했다. 마요르카 시절 등번호였던 19번이 새겨진 유니폼이 등장했고, 이후 태극기가 나왔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후에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화했다.

이강인은 구단과 첫 인터뷰를 통해 “PSG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 PSG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 중 하나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다. 빨리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고 싶다. 경기장에서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팬들을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강인은 “경기장에서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나는 좌우 측면에서 뛸 수 있는 미드필더다. 나는 볼을 가지고 있을 때 편안한 유형이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승리에 대한 많은 열망과 갈증을 가지고 있다. 내 목표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우승 트로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특유의 승부욕을 드러냈다.

이강인이 PSG로 이적하면서 남긴 이적료는 2200만 유로(약 315억 원)다. 물론 이강인이 20%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마요르카 입장에서는 공짜로 영입한 선수를 통해 ‘대박’을 친 셈이다.

마요르카는 대박을 쳤지만 발렌시아는 쪽박이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데리고 오면서 가족들까지 정착하게 도와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지원 속에서 이강인의 성장세는 빨랐고, 구단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라는 평가와 함께 1군까지 데뷔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당시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구단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었고, 유망주였던 이강인은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런 과정에서 구단과 마르셀리노 감독 사이에서 이견이 생겼고, 결국 경질됐다. 이에 발렌시아의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불만을 드러내며 마르셀리노 감독을 경질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강인은 더 많은 기회를 원하면서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거 발렌시아에서 이강인과 함께 했던 센터백 망갈라는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과 인터뷰를 통해“이강인은 발렌시아 시절 몇몇 베테랑들과 트러블이 있었다. 행동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강인은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강인은 단지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어했던 것 뿐이었고, 트러블이 있었던 베테랑 선수들도 이강인의 재능만큼은 확실히 인정했기 때문이다.

망갈라는 “이강인은 잠재력이 있는 선수였다. 이강인이 PSG 같은 빅 클럽들의 러브콜이 받은 것이 놀랍지 않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고, 팀에서 자신의 입지를 따내고 싶어 한다”면서 “이강인은 작은 공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좋은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아주 기술적인 선수다. PSG에게는 좋은 선택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이강인을 공짜로 보낸 것은 발렌시아의 실수였다. 스페인 매체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이강인의 성공과 PSG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발렌시아의 역사적인 실수다. 이강인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이성이 사라졌다. 이강인은 발렌시아를 떠나고 2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팀의 일원으로 뛰게 됐다. 이강인에 대한 발렌시아의 작전은 역사적인 실수였다”라고 지적했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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