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방중 '반쪽 성과'… 반도체 전쟁 돌파구 없었다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7. 9.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시간 협의…소통채널 복원
"디커플링은 재앙, 일부 진전"
반도체·광물 등 쟁점은 여전
대중 고율 관세도 합의 불발
美, 지재권·非시장정책 비판
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안내에 따라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담은 7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나,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와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경제 사령탑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방중 기간 중국 고위급 인사와 잇달아 회동했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제재와 광물 수출 통제 등 양국 간 핵심 갈등 현안에 대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국 고위급 대화가 계속되는 등 관계 구축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미·중 갈등 국면을 타개할 중대한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옐런 장관은 나흘간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지 않는다"면서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실행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디커플링은 미국의 대중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이번 방중 기간 내내 언급한 데 이어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는 미·중 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가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계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크다'는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관계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로, 옐런 장관이 이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을 통해 양국 간 소통 채널을 공고히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양국이 보다 확고한 관계 구축의 발판을 만드는 일에 다가섰다"며 "이번 방중 협의가 중국의 새 경제팀과 생산적인 대화 채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측 당국자들과 10시간 넘게 양자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중 협의에서 미·중 갈등 관계의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진 못했지만, 갈등 속에서도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흐르지는 말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때 미·중 관계를 어렵게 했던 정찰풍선 문제가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사실상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한계가 뚜렷한 방중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국 간 핵심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옐런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중대한 의견 차이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고율 관세,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재,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 쟁점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AP통신은 "옐런 장관이 지난 7일 만난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에게 환영을 받았지만, 중국 측은 미국 등 다른 국가를 골치 아프게 하는 현재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 역시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억제 조치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미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고위급 회담과 별개로 대중 압박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는 나흘간 대체로 유화적 어조를 보였지만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조치를 취한 중국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과 지식재산권 문제, 비(非)시장적 정책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며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미국 기업에 대한 강압적 조치에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 등에 대해 강제 조사에 나선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서울 한재범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