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원전 오염수, 日 음용수로 써라"… IAEA 사무총장 한숨만
"핵폐수 방류 홍보대사 자처
미리 결론…日 맞춤형 조사"
그로시 "국제안전기준 부합
日 계속 상주하며 모니터링"
與 "北·민주당만 IAEA 불신"
◆ IAEA 사무총장 방한 ◆
더불어민주당이 9일 방한 중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국회로 불러 "처음부터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 "그 정도로 안전성을 확신한다면 일본에 음용수로 쓰라고 직접 제안하라"며 면박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들 발언을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으나 중간중간 안경을 벗거나 등을 기댄 채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비공개 면담을 포함해 9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의 '공개' 발언은 통역을 포함해 15분간의 모두발언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민주당 의원들 발언으로 채워졌다.
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면담을 시청하면서 채팅창에 'X로시' '그로시 아웃' '끌어내라'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국회 본관 앞에서는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시위대의 구호가 이어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안전성 평가 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 측에 설명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면담은 민주당이 지난 6일 IAEA 측에 요청한 것을 그로시 사무총장이 수용하면서 성사된 자리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금 이 문제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비롯해 우려를 제기하는 곳이 많아 그 우려를 듣고 답을 줘야겠다고 생각해 민주당의 초대에 응했다"고 말했다.
위성곤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고 원전의 핵폐기물이 수십 년에 걸쳐 바다에 버려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것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전 세계에 보관 중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4일째 단식 중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문제는 (IAEA가) 이미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해양 방류를 뒷받침해왔다는 점"이라며 "IAEA 입장은 일관되게 해양 방류를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 방류가 주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을 내린 것은 '셀프 검증'이자 '일본 맞춤형 조사'로 매우 유감"이라며 "이제 일본은 IAEA 보고서를 오염수 해양 방류의 통행증처럼 여기고 수문을 열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염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그럴 정도로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물 부족 국가인 일본이 그 물을 음용수로 마시든지 공업·농업 용수로 쓰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리가 도출한 결론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IAEA는 일본 정부의 방류계획이 제대로 잘 지켜지는지 완전히 모니터링하기 위해 수십 년간 일본에 상주할 것이다. IAEA 지역사무소를 후쿠시마에 개설했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면담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던진 질문에 대해 (그로시 사무총장의) 구체적 답변은 거의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앞서 민주당 대책위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전달한 14개 질문에 서면으로 답변을 준비해 대책위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찾아 면담했음에도 '괴담 정치'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IAEA 결과를 믿지 않고 맞서는 것은 민주당과 북한뿐'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온다"며 "민주당은 괴담 유포로 국민 불안을 조성하는 일을 멈추고, 처리수 방류에 대한 건전하고 생산적인 정치활동을 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괴담 선동으로 공포를 조성할 것이 아니라 IAEA의 아무런 통제 없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북한 핵시설의 위험성에 대한 공론화에 같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이호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에어컨 켜도 방이 너무 더워요”...살펴보니 실외기가 방안에 - 매일경제
- “이렇게 좋은데 왜 다 빈집이지?”...잘 짓고 유령 아파트가 된 사연은 [매부리TV] - 매일경제
-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어?”...올해 여행지 고민, 싹 날려버린다 [방방콕콕] - 매일경제
- 공매도 1.2조 vs 개미 1.6조…대혈투 이어지는 에코프로, 누가 웃을까 - 매일경제
- “선생님 저희는 어떻게 해요”…학생 울린 일타강사 폐강, 무슨 일이 - 매일경제
- [단독] “삼성꺼 살래, 애플꺼 살래?”…한판승부 예고한 ‘영혼의 라이벌’ - 매일경제
- “타이밍 못 맞추면 쫄딱 젖어요”…요란한 하늘, 소나기의 시간이 왔다 - 매일경제
- “1년에 79만원이나”…혜택 커지는 알뜰교통카드 잘 쓰는 꿀팁은 - 매일경제
- 오죽하면 재무상황도 깠다…우량 새마을금고도 속타기는 매한가지 - 매일경제
- ‘벤버지’ 벤투와 대한민국이 적이 된다? UAE와 3년 계약 임박 - MK스포츠